▲ 정광용 전 포항농협대의원·농업인

최근 새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이라는 농정과제 가운데 2022년까지 6차 산업형 친환경 농업지구 100개소를 조성할 계획이 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청년 농업인 영농정착지원제를 도입하고, 귀농·귀촌인들의 초기 생활안정과 정착지원을 강화한다. 농촌이 청년들에게 기회의 땅이 되도록 해 농촌 활성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농가인구는 65세 이상이 42%인 초고령 사회다. 40세 미만은 1만1천여 농가뿐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농업 가구는 20년간 약 29% 감소했고, 포항지역도 약 20%나 줄었다. 취약한 노동 환경과 경제성은 농촌의 현실이 됐다.

포항시 농업도 새 정부가 제시한 ‘6차 산업형 농업지구 조성’에 발맞춰 고령화로 침체한 농촌의 위기를 극복하는 기회로 삼자. 6차 산업형 농업이란 농업 생산을 기반으로 제조·가공 등 2차 산업, 체험·관광·서비스 등 3차 산업을 융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침체한 농촌 스스로는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6차 산업형 농업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서 청년들이 농촌에서 창업하고 일자리도 만드는 선순환 농업구조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경북 문경시 동로면 오미자는 지자체가 나서서 6차 산업을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동로면은 지난해 기준 1천50여 생산농가와 55여 개의 가공업체에서 1천억 원의 소득을 올린다. 1996년 0.2ha의 오미자 재배지로 시작해 문경시 농업현대화 사업을 통해 2005년에는 178ha로 늘었고, 이후 3년에 걸쳐 친환경 생산기반을 구축하면서 전국 생산량의 45%를 차지하는 최고 주산지로 자리 잡았다. 문경시는 오미자 가공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대구가톨릭대, 경북대 등과 연계해 오미자연구소를 운영, 안정적인 2차 산업 기반을 구축했다. 또 매년 오미자축제를 개최 재배 농가들이 체험마을을 통해 농외소득을 높이는 한편 숙박·음식·체험·관광 서비스 등을 즐길 수 있는 토대 구축에 힘쓴 것이다.

경북 영천시 와이너리도 지자체가 나서서 6차산업을 성공시킨 사례로 꼽힌다. 영천 와이너리는 14개의 농가형·마을형 와이너리와 공장형 와이너리에서 연간 약 45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영천시는 고부가가치 와인산업 육성을 위해 성덕대, 대경대, 경북대, 대구가톨릭대 등과 산·학·연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 이를 통해 1차 산업 중심에서 2차 가공, 3차 유통 산업으로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현재 연간 27만 병의 와인을 생산한다. 체험 등 방문객도 2만5천여 명이나 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포항에도 포항초(시금치), 부추, 산딸기 등 맛과 품질이 뛰어난 특산물이 있다. 이중 산딸기는 550여 농가가 96ha의 재배면적에서 약 48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거의 1차 산업에 머무르고 있다. 포항시의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농업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제조·가공하고, 농촌자원을 활용해 체험, 관광 등 다양한 서비스업으로 연계할 때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새 정부의 6차 산업형 친환경 농업지구 조성에 대한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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