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제도 폐지에 이어 우리 국민이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는 일이 바로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다. 이는 가장 시급한 국가 현안 중의 하나인 지역 패권주의 극복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경상도는 이 당(黨), 전라도는 저 당(黨), 또 충청도는 그 당(黨)하는 식으로 나눠 먹기를 하여 차지한 그들의 권력 놀음에 국민의 등골만 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라가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고, 국민의 삶보다는 다음 선거에서의 당선에만 골몰하는 국회의원들로부터 기득권을 빼앗아 와야 한다는데 공감하지 않는 국민은 이제 없다.
지역 패권주의와 이로 인한 (민생과는 무관한) 패거리 정치행태를 시급히 극복해야만 한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이 요구된다. 정당 공천과정에서 돈이 오간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이야기는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입을 다물기 때문에 그 전모가 다 드러나지는 않고 있을 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특정 정당 후보의 당선이 보장되는 지역구에 다른 경쟁자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의심스러운 상황도 종종 목격된다. 때때로 돈을 주고도 공천을 못 받은 사람이 문제 제기하는 경우에야 드디어 우리 정치의 곪아 터진 곳이 밖으로 드러나게 되고 국민은 코를 막고 그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일들은 종종 노회한 정치인이 정계를 은퇴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2012년의 18대 대선과정에서 여야 정당과 유력 후보들 모두가 기초단체장과 기초지방의원 선거에서의 정당 공천제 폐지를 공약하였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2013년 연말경부터 돌연 태도를 바꾸기 시작하였다. 새누리당 의원 일부에서는 정당 공천제 폐지가 위헌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당시 제1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처음에는 공약을 지키겠다고 굳게 다짐하였지만, 당원여론조사와 국민여론조사의 두 결과를 반영하여 결국 선거 한 달여를 남기고 정당 공천제 유지 쪽으로 선회하고 말았다. 현대 정당 민주주의 제도하에서는 정당을 중심으로 한 책임정치의 실현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것이 ‘정당정치’를 약화시키는 결과가 되어 결국은 ‘반정치적’이라는 공격을 받기도 한다.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도입 등으로 공천제도 자체를 보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주장도 남아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자. 지방선거에서의 공천제 유지는 지역 패권주의에 기댄 정치인들의 기득권 집착에 지나지 않는다. 지역 패권주의에 기반을 둔 국회의원들의 지방선거에서의 공천권 행사가 지방자치 영역에서의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막고 있다. 지역 패권주의는 부패의 온상일 뿐이다. 다음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될 것으로는 보이는 헌법 개정 절차를 통하여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들의 정치 진입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방안을 함께 도입한다면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는 그 범위를 더욱 확대해도 좋을 시대적 요청이라 할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를 위한, 그들만의 정치를 이제 국민은 더는 두고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