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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원장

인간의 마음을 과학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 기능에 관한 연구가 필수이다.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뇌 기능이라 함은 바로 이 수많은 신경세포의 활동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이 보는 인간의 마음이란 바로 이 신경세포들의 활동으로 정의한다.

사람의 팔은 아쉽게도 두 개뿐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정을 나누면서 악수하고 싶어도 한꺼번에 두 사람 이상 손을 잡을 수 없다. 그러나 신경세포는 수많은 팔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신경세포는 수많은 팔을 이용해서 서로 악수하고 정을 나누고 소식을 전하고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이렇게 신경세포들끼리 서로 맞잡고 있는 부위를 우리는 ‘연접’이라 부른다. 이 연접은 전자현미경으로만 보이는 극히 미세한 부위이다.

과학으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바로 이 신경세포들의 연접 중요성을 이해해야 한다. 이 연접에서 바로 인간의 마음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연접 부위에서 많은 생화학 물질들이 방출되어 수용체에 들러붙고 일부는 재흡수 되고 일부는 대사되고 배출되면서 인간의 마음 활동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이 생화학 물질들을 우리는 ‘신경전달 물질’이라고 부른다.

눈부신 아침 막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며 벅찬 희망이 생기고 환희의 기쁨을 느낄 때 그 때 뇌의 연접 부위에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왕성히 활동한다고 설명한다. 혹은 가을 그 쓸쓸함에 코드 깃을 세우고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우울의 사색에 빠질 때, 그때는 뇌의 연접 부위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들의 활동이 떨어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고 살아왔던 많은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치매라는 병은 바로 이 연접 부위의 ‘아세칠콜린’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활동이 매우 감소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 한다. 불안과 관련되는 ‘가바(GABA)’, 통증을 이겨내는 힘이나 행복한 감정과 관련되는 ‘엔돌핀’등 많은 신경전달 물질들에 관한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고 진행될 것이다.

인간만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또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다고 믿고 싶은데, 과연 그럴까?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그 사람의 연접에서의 신경전달 물질들의 활성도를 (슈퍼컴퓨터가) 체크하여 아침을 맞은 그 주인님의 생각이나 기분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신경전달 물질들을 조절할 수 있는) 처방을 내려 하얀 접시 위의 그 날의 약들이 아침 식탁에 바쳐질지도 모른다. 지금도 우울할 때 ‘항우우울제’, 불안할 때 ’항불안제‘라는 약들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얼마든지 상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감정 없는 알고리즘들이 인간의 마음을 읽고 분석하고 판단해서 그날의 생각이나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제시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알파고가 이세돌을 충분히 이겨내는 것을 우리는 지켜보았다. 지금 임상에서는 ‘왓슨’이라는 슈퍼컴퓨터가 하얀 가운을 입고 높은 자리에서 인간 의사들과 협진을 한다. 이 왓슨이라는 알고리즘은 수많은 암에 대한 의학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발표되는 수많은 논문을 즉시 읽고 정보를 인지하며 지식을 키우고 수많은 치료법을 기억하고 있다. 인간은 그 지식의 방대한 양을 따라갈 수 없다. 지금은 이 왓슨을 도입한 병원들에서는 서로 경쟁적으로 자랑하고 싶어 크게 현수막을 걸어 놓고 있다.

인간의 깊고 오묘한 마음을 단지 물질의 변화만으로 설명하는 이론을 믿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아직은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인간만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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