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위협시 죽여야" vs "잔혹한 범죄 행위"

지난 달 산책을 나온 주민을 공격해 중상을 입힌 야생 불곰이 이탈리아 당국의 결정으로 사살되자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이름이 KJ2로 알려진 불곰이 지난 12일 북서부 산악 지대인 트렌티노에서 산림 감시 요원들에 의해 사살되자 동물보호 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KJ2’로 명명된 14살 먹은 이 암컷 불곰은 지난 달 22일 이 지역의 산에 개를 끌고 산책을 나온 70대 남성을 물어 크게 다치게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유사 사고의 재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해당 곰을 사살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고, 트렌티노 주 정부는 이 곰이 추후 다른 사람에게도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사살을 결정했다.

이 곰은 2015년에도 관광객 1명을 공격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고 로시 트렌티노 주지사는 "이번 조치는 휴가객들이 몰리는 시기에 방문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했다"며 "특정 수준까지 위험이 증가하면 인간의 안전을 위해 동물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물보호 단체들은 곰을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세계자연기금(WWF) 이탈리아 지부의 단테 카세르타 부회장은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인간의 잘못 때문에 곰이 대가를 치러선 안됐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는 주 정부에 곰을 사살하는 것이 불필요할 뿐 아니라 실익이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정부는 상식보다는 여론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를 일으키는 곰을 인적이 뜸한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키거나 밀폐된 공간에 가둬놓는 등의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 정부가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동물복지 단체인 엔파(Enpa) 역시 "KJ2를 죽인 것은 무자비한 처형이자 범죄 행위"라고 주장하며 트렌티노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탈리아에서 곰이 인간에게 위협을 가했다는 이유로 책임 있는 당국의 결정 아래 사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다른 일간 일 메사제로에 따르면 2014년 중부 아브루초 주에서도 불곰이 사살된 적이 있으나, 이는 당국의 결정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트렌티노 주는 과거 곰의 서식지였던 이 지역에서 무분별한 사냥으로 곰이 멸종되자 1999년부터 이웃 슬로베니아에서 불곰을 들여와 산악 지대에 풀어놓는 정책을 펼쳤다. 현재 이 지역에 서식하는 불곰은 약 5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사살된 불곰 KJ2는 지난 달 사람을 공격할 당시에 새끼 2∼3마리와 함께 있었고, KJ2가 사살된 이후 새끼들의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니키 러스트 WWF 야생정책 고문은 BBC방송에 "KJ2는 연중 이 시기에 어떤 곰이라도 할 법한, 새끼 보호라는 행동을 한 것 같다"며 "곰은 천성적으로는 인간에게 공격적이지 않지만 화가 나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곰의 습성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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