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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욱 정치경제부 부장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범국가적 이슈 중 하나가 적폐청산이다.

적폐(積弊 )의 사전적 의미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부패·비리 등의 폐단’을 말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나라다운 나라가 되려면 조직과 사회, 국가 전반에 걸쳐 만연돼 있는 적폐를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한국은 해방 이후 70여 년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것이나 짧은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세계 어느 나라에 못지않은 정치적 민주화를 이뤄냈다.

또한 그 밝음에 비례해 어둠의 그림자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이 같은 현실을 직접 체험하고,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문제점을 지켜봤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나라 같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적폐의 고리를 끊어야 함을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와 국가 속속들이 내재돼 이제는 ‘적폐인지 아닌지’조차 분별하기 힘든 잘못된 것들을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 걷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즉 적폐 청산은 대통령만의 과제가 아니라 5천300만 범국민적 과제라는 생각에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적폐는 정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올해 들어 수시로 터져 나온 기업주와 군대 등에서 발생한 갑질 문화도 반드시 해소해야 할 적폐 중 하나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해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앞장서 추진한 ‘갑의식 혁신 운동’은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권 회장은 지난 2014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철강 과잉생산, 앞선 경영권자의 사업확대 등으로 인해 최악의 경영상태를 맞은 포스코 경영을 맡은 뒤 과감한 구조조정과 새로운 성장동력원 창출에 주력한 끝에 불과 2년여 만에 경영정상화를 이끌어냈다. 아직 세계 철강 과잉 생산과 철강수요산업 침체라는 난제가 있기는 하지만 WP 제품을 통한 철강 블루오션, 4차 산업혁명시대 필수품목 중 하나인 2차 전지 및 관련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미래 50년 준비에 들어갔다.

모두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권오준 회장은 자신의 안착보다는 회사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고 본다.

권 회장의 이런 마인드와는 달리 포스코 내부의 움직임은 여전히 갑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포스코 모 협력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올해 들어 준공한 전기강판 생산능력 증대사업 과정에서도 갖가지 문제가 제기됐지만 결국 공사를 맡았던 협력회사가 수억 원의 손실을 보고 말았다.

이는 비단 이 공사뿐만 아니라 포스코 공사를 맡았던 상당수 업체가 가장 많이 제기하는 불만 중 하나다.

하지만 협력사들의 목을 잡고 있는 현장실무자들의 갑의식으로 인해 권 회장은 물론 포스코 전체가 욕먹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포스코 자체 감사시스템이 갑의식 혁신보다는 ‘제 식구 감싸기’에 주력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간다.

따라서 범정부적 차원의 적폐청산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지금 권오준 회장이 다시 한번 적폐청산을 향한 과감한 결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이종욱 정치경제부 부장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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