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이 즐겨 불렀던 ‘아리랑’이 원형에 가까운 음원 형태로 발굴됐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카자흐스탄 영상기록보존소에서 발굴해 기증받은 선전영상 ‘선봉’에서 이같은 아리랑 음원을 확보했다고 20일 전했다. 사진은 당시 구소련 정부가 1946년 제작한 ‘선봉’의 주요 장면들. 아리랑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고려인들의 다양한 생활상을 보여준다. 국가기록원 제공=연합
연해주에서 강제이주 당한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에서 즐겨 불렀던 ‘아리랑’의 원형 음원이 첫 발굴돼 주목을 받고 있다.

1937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이 즐겨 불렀던 ‘아리랑’이 원형에 가까운 음원 형태로 발굴됐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카자흐스탄 영상기록보존소에서 발굴해 기증받은 선전영상 ‘선봉’에서 이같은 아리랑 음원을 확보했다고 20일 밝혔다.

당시 구(舊) 소련 정부가 1946년 제작한 ‘선봉’은 24분 분량으로, 아리랑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고려인들의 다양한 생활상을 보여준다.

진용선 아리랑박물관장에 따르면 아리랑은 1926년 나운규가 영화 ‘아리랑’을 제작하며 편곡한 시점을 기준으로 크게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나운규 이전 아리랑을 오랫동안 불러온 ‘구 아리랑’이라고 한다면, 이후는 곡조를 길게 늘여 부른다는 의미에서 ‘긴 아리랑’이라고 부른다.

영상에서 확인된 아리랑은 구 아리랑의 특징을 지닌 긴 아리랑으로 볼 수 있다고 진 관장은 설명했다.

진 관장은 “이번에 공개한 아리랑은 현재 국내에서 불리는 아리랑과 다른 것으로, 중앙아시아에서 불렸던 원형에 가까운 음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연해주에서 아리랑을 불렀던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한 뒤에도 아리랑을 즐겨 불렀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상은 아리랑 음원 확보 외에도 당시 고려인들의 일상사를 다양하게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고려인들의 한글 학습, 디딜방아 찧기, 음식, 씨름 등 놀이문화 등을 영상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고려인 집단농장의 학교 간판에 ‘선봉중학교’라고 쓰인 한글 명패와 어린 학생이 칠판에 한글로 ‘친목한’이라는 말을 쓰는 모습 등도 담겨있다.

기존에 구 소련이 제작한 선전영상은 강제이주를 합리화하기 위해 집단농장에서 일하던 고려인들을 보여주던 게 대부분이었다.

이번 영상은 고려극장의 여성 주인공이었던 이함덕의 공연 모습, 고려극장의 연출가인 연성용의 노래 ‘씨를 활활 뿌려라’ 등도 담고 있어 가치가 높다.

고려극장은 1932년 연해주에서 ‘민족예술 수호’를 내걸고 창립됐다가 강제이주와 함께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무대를 옮겼다. 2002년부터는 알마티에 자리하며 고려인의 예술혼을 이어오고 있다.

이상진 국가기록원장은 “올해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아 공개한 영상을 통해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고단했던 삶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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