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지역·생산자 알려주는 난각 코드 업는 농장 다수
부실한 친환경인증 등 먹거리에 대한 국민 불안 커져

살충제 검출 계란에 대한 점검이 19일 마트, 재래시장 등에서 진행됐다. 이날 비상근무에 들어간 대구시청 식품관리과 직원들이 대구 수성구의 한 마트에서 유통중인 계란을 점검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지난 18일 마무리된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정부의 허술한 계란 관리에 먹거리에 대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빵, 과자, 분유 등 대부분 가공식품에 사용될 뿐 아니라,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과 무기질 등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는 계란은 우리 식탁의 단골메뉴로,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은 우리 사회 먹거리 소비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가 전국 산란계 농장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 49곳에서 살충제 계란이 검출됐다.

특히 이 중 31개 농장이 친환경인증 농가로, 우리가 비싼 가격에 믿고 사 먹고 있는 친환경 상품에 대한 허술한 관리가 드러났다.

경북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칠곡군 지천면 3곳, 김천시 개령면 1곳, 경주시 외동읍 1곳, 의성군 다인면 1곳 등 6곳의 농가 가운데 칠곡, 경주, 의성 등 5곳의 농가가 친환경 인증 농가였다.

칠곡과 김천 농장의 계란에서는 비펜트린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으며, 경주 농장과 의성 농장은 산란계 농장에 사용을 금지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나왔다.

칠곡 농장 3곳은 산란계 2만7천 마리, 김천 농장은 2천 마리, 경주 농장은 3만 마리, 의성 농장에는 5만 마리를 사육 중이었다.

특히 비펜트린이 검출된 칠곡 3곳 중 2곳과 김천 1곳 등 3곳의 농가에서는 ‘와구프리-블루’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와구프리-블루’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닭 진드기 방제약품 지원사업’으로 농가에 보급한 살충제로, 김천의 농가 주 A 씨는 “지난 6월 시로부터 이 제품을 받아 사용했으며, 나머지 제품은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칠곡군 관계자도 이 제품을 지난해 가을 농가에 보급했다고 했지만, 군은 이후 농가에 보급한 제품은 ‘와구프리-블루’가 아닌 비펜트린 성분이 없는 ‘와구프리-화이트’라고 정정했다.

하지만 칠곡과 김천 농가의 계란을 채취해 검사한 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과 경상북도 동물위생시험소는 검출 살충제 성분에 대해 ‘와구프리-블루’ 사용이 원인이라고 밝혀 의문은 더해지고 있다.

또한 칠곡군 관계자는 “살충제 성분이 발견된 농가의 경우 친환경 중에서도 무항생제 인증 농가로 (항생제 외) 잔류 농약에 대한 검사는 따로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면서 친환경 인증에 대한 부실 관리 또한 사실로 드러났다.

김천 농가는 또한 소비자가 계란의 출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난각 코드가 없었다.

농림부에 따르면 계란을 납품받아 유통하는 업자는 계란의 생산지역과 생산자 명 등을 구분할 수 있는 난각 코드를 반드시 찍어야 한다.

산란계 2천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이 농가는 마트 등에는 계란을 유통하지 않고 인근 식당에 농가주가 직접 계란을 배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도 18일 마무리된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에서는 난각 코드를 아예 찍지 않은 농장들이 여럿 나왔다.

정부는 난각 코드에 대한 허술한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자 표기를 수집판매업자가 일괄 책임지고 하도록 하고, 향후 식용란 선별 포장 업이 신설되면 작업장에서 난각 코드도 관리하겠다며 뒤늦게 제도 개선에 나섰다.

김은혜 (33·여, 칠곡군) 씨는 “그동안 각종 음식프로그램에서 계란을 완전식품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며“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 후 3살 된 아이와 남편에게 계란을 사용한 음식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다른 엄마들은 분유는 먹여도 되느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 농장 6곳에서 나온 살충제 달걀이 유통된 대구와 경북에서는 시중에 팔려나간 살충제 계란의 유통경로를 추적해 회수하거나 열처리 방식으로 폐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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