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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경북생명의숲 상임대표·화인의원 원장

우리나라의 공공·민간기관을 영역별로 나눠 신뢰도를 조사하면 그때마다 압도적, 부동의 꼴찌는 국회이다. 뒤를 이어 중앙정부, 지자체, 청와대 등이 엎치락뒤치락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국가와 지역, 나아가 자신의 명운을 맡겨야 하는 국민의 마음은 늘 불안하고 초조하다.

지난 5월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IMD)이 61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경쟁력평가에서 우리나라는 ‘투명성 40위’ ‘사회응집력 43위’라는 초라한 결과를 얻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정치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전례 없는 안보 상황에 직면했지만, 국회는 제1야당의 보이콧으로 한동안 작동을 멈췄다. 이어 어렵사리 열린 정기국회도 외교·안보와 인사청문회 등에서 여당과 야당, 청와대와 야당이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국민의 눈에는 그저 한가하고 한심하게 비칠 뿐이다. 이는 국민이 왜 정치를 이토록 불신할 수밖에 없는지, 정치가 왜 우리 사회를 저 신뢰사회로 빠뜨리는 주범인지, 그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저 신뢰사회는 여러 위험을 지니고 있다. 특히 사회응집력이 떨어뜨려 건강한 공동체 유지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렇게 저 신뢰의 표상과도 같은 현 정치의 변화와 혁신과 발전 없이는 우리나라의 더 나은 미래는 난망이다. 정치가 하루빨리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이다.

하지만 신뢰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따라야 하고 그에 따른 믿음이 하나씩 쌓여야 비로소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정부여당에 대한 건전한 야당의 감시와 견제가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보수야당은 건전한 비판의식은 상실한 채 논리적 설득력마저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니 야당으로서의 합리적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딴죽걸기 식 행태만 고수하니 여론의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정치 불신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당의 존재감 과시를 위해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대원칙에도 어긋나는 명분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고집하는 지금의 거대 보수 야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가 이를 반증한다. 이미 폐기됐어야 마땅할 지역주의에 함몰되어 특정 지역의 정서에 기댄 채 안보불안 분위기 조성을 자신들의 존립 근거로 삼으려는 어리석은 정치 행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별다른 설명도 없이 필요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자기 모순적인 주장은 정당으로서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게끔 한다.

정치발전은 건전한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잡고 정책경쟁에 나서야 가능하다. 야당인 지금의 보수정당이 과거와 같이 자신들의 기득권만을 지키기 위한 수구정당의 모습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국민 역시 불행이겠지만 그들 또한 불행일 수밖에 없다.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함께 국민의 눈높이를 뛰어넘는 기득권 포기와 혁신을 이루어내야만 비로소 보수의 가치를 말할 자격이 있을 것이다.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새로운 보수정당이 깃발을 올려야 보수의 재건은 물론 대한민국 정치발전도 가능할 것이다.

국민은 새롭고 건전한 보수정당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준비가 언제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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