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느 도시에서 멈춰섰다 주인이

탁자를 정원으로 옮기라고 명령했다 첫 번째 별이

빛을 발하고 사그라진다 우리는 빵을 부스러뜨렸다

석양 무렵 잡풀 속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왔다

울음 아이의 울음 그 너머 벌레와 사람들의 웅성거림 대지의 기름진 냄새

성벽에 등을 대고 앉은 사람들은

보았다 교수대가 놓여 있는 지금은 보랏빛인 둔덕을

담벼락에 뒤엉킨 처형장의 담쟁이덩굴을



우리는 배불리 먹었다

아무도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을 때면 늘 그렇듯




감상) 그곳에 오래 앉아있어 본 적 있다. 버스가 지나가고 한 풍경이 들어왔다. 다음 버스가 스쳐가고 지나간 일들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스쳐간 사람과 기억에도 없는 환영이 따라왔다. 어떤 즐거웠던 순간과 잊었던 슬픔이 따라왔다.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도 따라왔다.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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