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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균 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21은 경찰의 날이다. 현대 국가에서 경찰은 단순히 범죄뿐만 아니라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와 관련된 폭넓은 역할을 수행한다. 그만큼 경찰의 업무영역이 광범위하면서도 영역별로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안전욕구가 증가하고, 치안 서비스에 대한 요구수준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은 과거보다 경찰에게 훨씬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 지역사회의 많은 일이 경찰의 몫이 되었다. 그래서 주요 선진국에서는 경찰을 ‘거리의 심리학자’, ‘거리의 판사’라고 부른다.

경찰은 업무의 성격상 각종 범죄를 예방하거나 수사하는 과정에서 늘 위험 속에 노출돼 있다. 경찰은 위험한 장소를 주로 찾아다니는 순찰업무의 특성상 여러 형태의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112 긴급출동과정에서 교통사고의 위험이 크고, 술 취한 사람의 처리, 음주단속, 자살 구호 같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다치기가 쉽다. 아울러 경찰특공대 등의 대간첩작전과 대테러작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긴급출동 훈련, 레펠 하강, 폭발 물장비 조작 등 고도의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경찰관들은 잔인하고 처참한 범죄현장을 목격하기도 하고, 동료의 죽음이나 신체 손상 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끔찍하게 훼손된 시신, 교통사고나 화재, 변사 사건 등 비극적인 상황에 대해 반복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정신적 위험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이처럼 외상 사건의 반복적인 노출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경찰관들은 10명 중 7명 이상이 이와 같은 PTSD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처럼 직업의 특성상 경찰관들이 수행하는 대부분 업무가 위험을 동반하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최근 경북 포항에서 2주 사이에 경찰관 3명이 사망했다. 야간근무의 특수성과 심각한 직무 스트레스 등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경찰공무원은 위험한 업무특성과 야간근무, 불규칙한 근무패턴 등으로 인한 유병률도 높고, 순직 및 공상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24시간 치안 시스템의 확립을 위해서는 원활한 임무교대와 휴식 후 근무가 가능해야 한다. 아직도 경찰인력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민생치안현장에 직접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경찰력의 증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아울러 차제에 반드시 바꾸어야 할 경찰제도가 있다. 바로 경찰의 재산등록제도인데, 경찰공무원의 재산등록 의무대상을 경사계급 이상에서 경감 계급 이상으로 바꾸어야 한다. 현재는 공직자 경찰관 재산등록 대상 범위를 경사 이상으로 설정해 놓았다.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 재산등록 서류를 준비하느라 많은 경찰관이 허비하는 불필요한 행정력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 오히려 그 시간에 순찰강화 등 생활 치안현장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국가에 유용하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전반적인 경찰 시스템의 혁신문제다. 경찰은 기획부서가 아니다. 경찰은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국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형사사법기관이다. 경찰청, 지방경찰청, 경찰서의 기획부서에 근무하는 많은 인력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이 인력을 지구대와 파출소 등 치안현장에 대폭 투입해야 한다. 현장 위주로 국가경찰 시스템을 대폭 개혁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인권경찰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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