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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석 새경북포럼 구미지역위원회위원·정치학 박사
우연히 지인의 사무실에 들러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학교를 일등으로 달리던 지인의 아들이, 전역 후 갑자기 정치를 한다며 군소정당에 입당해 지금은 서울 중앙당에 근무하고 있다고 하였다. 축하 말을 건네기도 전에, 장래가 촉망받는 아들이 많은 직업을 두고 하필이면 정치를 하는 것이 못마땅하며, 그것도 소수정당에서 잔뼈를 키운다고 하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실의 ‘이전투구’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주변의 입장에서 볼 때 아비의 걱정은 그러고도 남겠다는 생각을 했다.

‘깜냥도 안 되면서 덤비고 있다’며 ‘정치를 더럽게 배워 수준 낮은 협박을 하고 있다’

야당대표가 같은 당 선배에게 한 말이다. 국회의원의 품격을 의심하는 설전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계파청산을 두고 기선을 잡기 위해 벌어지는 전형적인 이전투구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다 살아남기 위한 서로의 이해관계에서 빚어지는 말이지만 여간해서 듣기 거북한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인의 민망한 발언은 간혹 시정잡배들이나 쓰는 순화되지 않는 말로 인해 국민의 지탄을 받으며 그 후폭풍은 상상하기 힘든 후유증을 낳는다. 그것은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이자 국민의 비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사자의 인성과 품성의 문제로 보기보다 정치인 모두를 매도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결국, 정치인의 말은 신중해야 하며 무게가 있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굳이 존경까지 말하지 않아도 지위와 격이 높아질수록 절제된 언어는 정치인의 생명과 같다. 흔히들 ‘겸손’, ‘절제’, ‘헌신’은 정치인의 수양덕목이라고 한다. 그것은 정치인의 명예를 성립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생각이며, 결국 어떤 상황에서라도 자신의 본성을 억누르며 절제할 수 있어야만 국민의 신뢰를 가지며 더 큰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벌였던 촛불집회가 1주년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적폐청산의 기치는 국민의 촛불 요구에서 출발했다. 광장민주주의 촛불 혁명을 시작으로 국회의 탄핵과 대통령직무정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과 조기 대선을 거쳐 지금의 상황까지, 일련의 과정에 녹아있는 국민의 정치적 학습효과는 급속히 신장됐다. 그러므로 ‘촛불은 계속된다, 적폐를 청산하라’며 다시 시작된 촛불의 주문은 국민의 기대치에 맞춘 정치적 요구이며 수구 정치의 혁신을 주문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과거를 답습하는 정치적 모습은 국민의 기대치를 벗어나 결국 고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국민의 기대치는 보여주기 정치 쇼가 아닌 국민을 위한 ‘품격 있는 정치’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은 국민을 대표한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벗어나 국민에게 ‘품격 있는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벌써부터 내년 6·13지방선거를 의식한 각 정당의 이해관계 셈법이 분주해지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기선을 잡기 위해 거물급 정치인을 투입해야 한다는 말과 ‘이합집산’을 비롯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난무하고 있다. 국정감사장에서 고함이 오가고 삿대질하는 정치적 현실에서 과연, 무엇 때문에, 무엇이 중요해, 구설수를 만들며 까지 비난을 자초할까. 그 명분은 오직, 그리고 항상, 국민을 위해서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모든 것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며, 그 모든 과정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적 요구에서 국민을 의식하지 않는 부끄러운 정치인을 기억하고 있으며, 바뀌지 않는 기득권 정치의 모순에 대해 기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촛불집회의 학습효과는 정치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똑똑한 유권자를 양산시켜 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점이다.

중대한 결심으로 선택한 직업이 부모에게 인정받고 축하받아야 함에도 염려와 걱정을 유도하는 작금의 정치 상황이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러나 소수정당에서 출발한 자신의 인생진로가, 머지않아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재목으로 성장하여, 틀림없이 부모에게 함박웃음을 주는 그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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