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발끝으로 세상을 걸으면
발가락이 가장 빨리 낡을까

민들레, 개암나무, 피자두는
내 이름을 모르겠지
나는 그들의 이름을 안다고 생각하며
실패로 이루어진 화관을 만들어야겠다

나중에
죽은 사람들에게 씌워줘야지

나중에
죽었던 사람들이 들고 있겠지

저녁에 오는 생각들은
실패에 엉기는, 실패(失敗)들일까




감상) 밤새도록 풀고도 다 풀지 못한 실타래를 안고 시작하는 아침 나는 아직 오늘로 오지 못했다. 나는 멀리 있었고 지진은 내 아이의 가까이에 있었다. 언젠가 나는 그런 공포를 오롯이 혼자 느낀 적이 있었다.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마음과 보호받고 싶은 마음은 동시에 온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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