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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경북생명의숲 상임대표·화인의원 원장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자연재해 앞에 우리 이웃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주민들은 물론이고 졸지에 주거지를 잃고 힘든 대피소 생활을 해야 하는 이재민들은 계속되는 여진으로 하루하루 불안에 휩싸여 지내고 있다. 경주에 이어 포항 지진까지 이제 우리 지역은 지진 안전지대라 절대 말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다행히 지자체와 정부 그리고 많은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빠르게 회복해 나가고는 있지만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 앞에 한없이 나약한 우리들의 모습에서 오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과연, 자연재해 앞에 우리는 이렇게 나약해질 수밖에 없을까?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수백 미터에 달하는 마천루가 들어서는가 하면, 수 킬로에 달하는 대교가 바다를 가로지르는 이 시대에 자연재해는 정말 불가항력적인 천재이기만 한 것인지 정말 답답할 노릇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록 지진은 자연이 만들어낸 재해라 하더라도 그런 재해에 대비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몫이라는 점이다. 사후 수습과 복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소를 잃지 않게 대비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이번 포항지진은 관측 이후 두 번째로 강한 강도였지만 그 피해는 가장 컸다고 한다. 인명피해와 건축물 붕괴 등의 실질적 피해는 물론 액상화 현상으로 지반이 약해져 향후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지진이 어디에서 발생하였는지에 대한 조속한 조사와 정확한 결과를 파악해서 향후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지역민들과 공유하고 가능성에 대비한 대책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또한, 지자체는 물론 지역민 역시 정부사이트(www.aurum.re.kr)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진 설계 유무 파악으로 내 집과 주변의 건물들에 대한 안전에 대해 파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내진 설계가 되어있지 않는다면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도록 해야 한다. 특히나 지반 액상화 현상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걱정이 큰 만큼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 액상화 현상이 매립지나 하천 유역 등 모래가 많은 연약 지반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북구는 물론 남구의 옛 5도 지역과 우현동의 나루 끝 등 지역에 대한 철저한 조사로 겨울철 수분의 동결로 잠재된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는 유례없이 빠른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했다. 포항시도 모든 역량을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쏟아 붓고 있다. 어느 정치인이 피해 복구 예산을 얼마 확보했느니 누가 위로 방문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부터 우리 이웃들이 얼마나 빨리 안정을 되찾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우리가 당장 해결해야 할 당면한 과제다.

지진에 대해 얼마만큼의 대비가 되어있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한 우리는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재난 발생 시 대피소로 지정된 학교 등 일부가 이번 지진 피해로 폐쇄까지 하는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자연재해에 대해 그동안 대비를 소홀히 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방증이다. 다시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설령 지진이 다시 온다 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희망은 미래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믿음은 현재의 준비된 자세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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