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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경북생명의숲 상임대표·화인의원 원장
최근 산림청이 국회 예결위 소속 한 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서울의 초미세 먼지(PM2.5) 농도는 23㎍/㎥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10㎍/㎥)을 2배 이상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쿄(16㎍/㎥), 런던(15㎍/㎥) 등 선진국 주요 도시에 비해서도 높은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도시 숲 면적의 차이 때문이다. 서울 전체면적에서 도시 숲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선진국 주요 도시들보다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도시 숲을 포함한 숲은 1㏊당 연간 168㎏의 미세먼지와 이산화황·이산화질소·오존 등의 대기오염 물질을 흡수한다고 알려졌다. 또한, 도시 숲이 있는 도심은 숲이 없는 도심에 비해 미세먼지 농도는 40.9%, 부유 먼지(PM10) 농도는 25.6% 각각 낮다는 조사 결과도 제시했다. 이는 나뭇잎 표피세포의 굴곡, 섬모, 돌기, 왁스층 등이 미세먼지 등의 대기오염 물질을 흡착·흡수하는 덕분이라고 이 언론은 소개했다. 이처럼 초미세 먼지는 물론이고 여름철 도심 온도가 주변 지역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인 이른바 ‘열섬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시 숲’에 대한 관심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도심 내 대기환경 개선에 탁월한 기능을 갖고 있는 도시 숲 조성을 위해 세계는 물론 국내 주요 대도시들은 앞다퉈 도시 숲 조성을 위한 계획수립은 물론이고 예산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 포항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포항시민의 젖줄인 형산강을 사이에 두고 누가 뭐라 해도 아직 지역경제의 보루역할을 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공단이 우뚝 서 있다, 하지만 공단지역에서 발생하는 분진, 소음으로 인한 피해는 과거보다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문젯거리인 것만은 틀림없다. 더욱이 수은성분 검출로 형산강의 수질오염 문제가 새로운 환경문제로 최근 떠오른 점은 시민들을 특히 불안케 한다. 한편 공단 맞은편에는 해도공원과 포항문화예술회관, 포항종합운동장, 뱃머리마을 등 다양한 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다.

삭막한 공단 주변 이미지를 해소하고 도심 공원 역할을 위해 조성된 해도공원의 경우 8만4천400㎡의 면적에 포항문화예술회관, 장애인종합복지관 등의 공공시설을 포함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숲은 너무도 부족하게 조성되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다양한 휴식·여가 행태를 유도하지 못하고 중앙에 있는 잔디광장에서는 그마저도 빈번한 행사·집회 개최 등에 따른 시설 훼손이 가중되고 있어 공단지역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도심 내 대규모 운동시설인 포항종합운동장과 포항야구장 부지에 포함된 대규모의 시멘트 포장 주차시설의 경우, 경기나 특별한 행사가 없는 날에는 대부분 비어있는 실정으로 여름철 달궈진 지열로 인해 주변 지역 기온을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해도공원에서 종합운동장, 평생학습원에서 상도근린공원, 하수종말처리장을 아우르는 ‘도시 숲’ 조성의 필요성이 많은 시민 사이에서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만약 이 일대에 도시숲이 조성된다면 이중삼중의 녹색커튼으로 공단지역에서 발생하는 분진·소음과 같은 오염물질은 차단하고 다양한 휴가·여가 형태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시민들은 기대한다, 무엇보다 공단지역과 도심지역의 미기후까지 조절하는 포항 도심의 진정한 녹지허브로 시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 믿는 분위기다. 이는 현재 포항시가 추진하고 있는 ‘포항 GreenWay’ 정책에 부합하는 일이기도 하다.

인구밀집지인 수도권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 1인당 ‘생활권 도시 숲’ 면적이 WHO 권장기준인 9㎡에 못 미친다고 한다. 하지만 독일 베를린과 영국 런던 등은 WHO 기준의 3배에 이르는 도시 숲을 확보한 걸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도시 숲 조성을 위한 우리의 국가 예산은 오히려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하니 한심할 노릇이다. 그렇다 해도 폐철도부지 도시 숲 조성사업과 연계한 녹색 네트워크 연결로 녹색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 지역에서만큼은 도시 숲 조성이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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