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걷자
밤의 일원이 된 걸 자축하는 의미로
까만 구두를 신고

정오의 세계를 경멸하는 표정으로
지붕 위를 걷자
불빛을 걷어차면서

빛이란 얼마나 오래된 생선인가

친절한 어둠은 질문이 없고
발자국은 남지 않을 테니

활보하자
밤의 일원이 된 걸 자책하는 의미로
까만 구두를 신고 이 세계를 조문하는 기분으로





감상) 창문을 꼭꼭 닫았다 싶은데도 자꾸 바람이 들어온다. 머리를 창 쪽으로 두고 누워서 자꾸 머리 위를 확인한다. 도대체 어디로 들어오는 바람인가. 도대체 뭐하려고 들어와 머리 밑을 시리게 건드리는 바람인가. 제 몸은 드러내지도 않고 서성거리는 저 서늘한 고백, 그런데 나는 왜 잠 못 들고 뒤척이는가.(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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