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의 전조로 흔히 이상한 소리와 빛, 구름, 지형변화, 지하수 움직임과 동물들의 이상행동 등이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진흙 속 메기가 날뛰면 지진이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592년 도요토미히데요시가 교토 후시미에 성을 쌓을 때 “메기를 막을 대책을 세우라”는 특명을 내렸을 정도다. 일본에는 이후 무거운 돌로 메기를 짓누르는 조형물이나 그림이 흔히 만들어지고 그려졌다. 메기의 이상행동을 지진의 전조현상을 여겼다는 증거다. 

동일본 대진진 이후 대대적인 설문조사에서도 개를 기르는 사람 1천259명 중 236명(18.7%), 고양이 주인 703명 중 115명(16.4%)이 이상행동을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와 고양이가 안절부절못하거나 주인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으려는 것이 가장 흔한 행동이었다. 

지진 전조를 읽고 대재앙을 모면한 경우도 있었다. 1975년 2월 4일 규모 7.3의 중국 하이칭 대지진 때의 일이다. 당시 중국 지진국이 동물 이상행동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었다. 1974년 12월부터 뱀들이 도로에 나와 얼어 죽고 말이 날뛰며, 들쥐와 거위가 이상행동을 보였다. 이 이상징후의 70%가 2월 3일 하루에 집중됐다. 지진국이 즉시 지진경보를 발동하고 시민을 대피시켰다. 그 다음 날 대지진이 일어났지만 피해자는 2천여 명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1년 5개월 뒤인 1976년 7월 규모 7.8의 탕산 대지진 때는 무려 24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8일 포항 북구 영일대해수욕장과 남구 동해면 도구해수욕장 등에 ‘난바다곤쟁이’라는 새우가 눈이 내린 듯이 하얗게 떼죽음을 당한 채 파도에 밀려 나와 있는 것이 확인됐다. 새우떼의 죽음이 포항 지진과 여진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어떤 사람은 더 큰 재앙의 전조 아닌가 하고 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박원규 부경대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이 지난 2013년 강릉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난바다곤쟁이가 떼로 파도에 밀려 나온 것이란 주장이다. 

현대과학으로도 지진의 전조를 파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과학적으로 해석이 되지 않는 자연현상이나 동물의 행동을 지진이나 재앙의 전조로 맹신, 괴담을 퍼뜨려서는 안 된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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