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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이제는 대비다] 1. 원전 12기 품은 경북 동해안, 지진 대비책

"효과적인 주민보호조치 위한 지자체 권한 대폭 향상 시급"

배준수 기자   |   등록일 2018.01.0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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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4기 원전의 절반인 12기를 보유하고 있는 경주 월성원자력본부와 울진 한울원자력본부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2016년 9·12 경주지진에 이어 국내 두 번째 강진으로 기록된 11·15 포항 지진은 경주지진 피해액의 5배가 넘는 546억여 원에 주택 파손 2만5천840여 채, 이재민 1천800여 명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줬다. 전문가들은 포항지진 발생과 복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서부터 향후 일어날 지진에 대한 대비책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북일보는 포항지진 대응과정에서 반성과 교훈을 바탕으로 향후 더 큰 지진 발생에 대비해 시설물 내진보강, 지진경보 및 대피시스템, 활성단층 조사, 이재민에 대한 지원정책 등 각 분야별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살폈다. 첫 순서로 “안전하다”는 한 마디로 안심만 하고 있는 경북 동해안 원전의 지진 대응방안을 점검하고 더 나은 대비책을 제시한다.


△ 국내 최대 원전 밀집지 경북 동해안, 지진·지진해일 대비

경주지진과 포항지진 진앙지 주변 경북 동해안에는 원전 12기와 방폐장이 자리 잡고 있다.

경주 월성원자력본부에는 월성 1~4호기와 신월성 1~2호기 등 6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있고, 울진의 한울원자력본부에는 한울 1~6호기가 원자력 발전을 하고 있다. 상업용 핵발전소의 출발이었던 부산 기장의 고리 1호기가 40년의 수명을 마치고 영구 정지된 것을 고려하면 전국 원전 24기 중 경북이 그 절반인 12기를 보유하고 있고,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다하는 12기 원전 중 6기가 경북에 존재한다.

항상 안전하다고만 강조하는 한수원의 말 대로 안심만 해도 될까.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 정부는 국내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였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성 강화대책과 발전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자체 발굴한 추가 개선대책 등 56건의 개선사항을 이행하고 있다.

특히 기존 내진 설계 기준(지진동값 0.2g·규모 6.5)을 넘어서는 지진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시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하고 냉각시키는 안전정지유지계통의 성능을 0.3g(규모 7.0) 수준까지 보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4기 중 21기에 대한 내진성능 보강을 마쳤고, 한울 1~2호기와 고리 2호기에 대해서는 내년 말까지 마무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재난 발생 때 가장 중심이 돼서 대책을 세우고 주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지자체의 권한이 아주 미약하다는 점이다.

한수원은 방사성물질 배출 상황에 대비해 주민보호조치 결정을 위해 발전사업자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주민피폭선량 평가 프로그램을 운영해 원전을 중심으로 거리·방위별로 주민이 받을 것으로 보이는 방사선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는 원전 인근 주민보호조치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주민보호조치 결정이 내려지면 지자체가 이를 받아 주민보호조치를 이행하는 구조다.

경북도는 정부와 발전회사에 적극적인 정보공개 요구 등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탓에 모니터링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는 수준에서만 역할을 하는 실정이다.

정군우 대구경북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원자력 시설이 몰려 있는 일본 이바라키현 도카이촌은 작은 기초 행정단위임에도 불구하고 발전사업자와 중앙정부에서 관련 정보들을 충분히 받아보고 주민들의 안전과 관련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면서 “지자체의 권한을 대폭 향상할 수 있는 제도 시행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안전협정을 통해 원전 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는 일본 이바라키현 도카이촌에 소재한 원자력 시설 전경. 도카이촌 제공.

△ 지자체에 막강한 권한 부여한 원자력안전협정

일본 이바라키현은 폐로 작업 진행 중인 일본원자력발전(주)의 도카이 제1발전소와 재가동 심사 중인 도카이 제2발전소를 비롯해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 일본핵연료개발(주), 스미토모금속광산(주) 등 18개 시설을 품고 있다. 원전 입지 기초지자체 도카이촌(우리나라의 면(面) 단위)은 12개 시설이 소재하고 있다. 원전 사고 위험을 항상 품고 살아가야 한다. 대신에 이바라키현청과 도카이촌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원자력안전협정이 이를 보완해주고 있다.

일본 원자력안전협정의 핵심은 원자력 사업자가 시설 등을 신·증설하거나 폐지, 변경, 관련 용지 취득 등을 하려면 사전에 지자체인 이바라키현과 도카이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인접 기초지자체의 의견도 구할 수 있도록 했다.

원자력 시설에서 사고나 문제가 발생할 때는 운전 정지, 운전 등의 방법 개선 등 안전 확보를 위해 지자체가 사업자에게 요구할 권한도 줬다. 사업자는 지자체가 요구하면 성실하게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 해당 조치에 대해 현과 입지 기초지자체에 보고하고 인접 기초지자체에 통지하도록 했다. 지자체의 요구로 운전 등을 정지한 원자력 시설이 운전을 재개하려고 할 때는 현과 기초지자체와 협의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특히 현과 입지 기초지자체, 인접 기초지자체가 원자력 시설 주변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원자력 시설에 직접 들어가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막강한 출입조사 권한이다.

원자력 시설의 화재나 사고, 고장 등이 발생하면 현과 입지 기초지자체, 인접 기초지자체에 그 내용을 즉시 연락하고 사고 상황과 원인, 조치, 환경영향 등에 대해 즉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대전시는 2017년을 ‘원자력 안전 격상의 해’로 선언했고, 일본 원자력안전협정에서 찾은 국내 첫 원자력안전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원자력 안전성 강화를 위한 민·관·정 협의회도 출범시켰다. 국내 전체 원전의 절반인 12기를 안고 사는 경북도의 대처와 대조적이다.

원자력 시설 12개가 입지한 기초자치단체인 도카이촌은 지역 곳곳에서 방사성 물질 수치를 모니터링해 주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 기초지자체 도카이촌 원자력 방재 체계

원자력 시설 12개를 안고 있는 도카이촌은 우리나라의 면에 해당하는 작은 기초자치단체이지만, 원자력 사업자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상황이 어떤지 항상 감시하고 조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원자력안전특별조치법과 원자력안전협정을 근거로 원자력 사업자의 시설 내에 직접 들어가 원자력 안전과 관련한 출입조사(입회조사)와 검사를 하고 있다. 도카이촌 공무원과 주민대표 등을 평등하게 구성해 원자력 사업소에 직접 들어가 수질검사도 하고 주변 바닷모래 채취조사를 통해 사업소의 방사성 물질이 배수를 통해 흘러나갔는지도 챙기고 있다.

도카이촌 내 12개 시설과 인접 지역에 있는 2개 시설 등 모두 14개 시설에 대해 실제 원자력 재해나 사고를 가정한 불시훈련인 통보연락훈련도 매년 하고 있고, 원전 사고 시 대피소 운영 등을 담은 독자적인 원전 방재 계획도 세운다.

인구 3만7천여 명의 도카이촌을 지휘하는 촌장은 원전 사고 발생 시 방사성 물질에 의한 환경오염이 뚜렷하다고 판단될 경우 주민들에게 대피를 위한 일시 퇴거·옥외 대피 지시가 가능하고, 원자력 사업자에게 상황보고 명령을 비롯해 사업장 출입 검사 권한도 갖고 있다.

이나다 케니치로 도카이촌 소방방재·원자력안전담당 계장은 “우리는 주어진 권한으로 원자력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자에게 강하게 권고하고, 만일 사고가 발생하면 주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대전시와 유성구는 2017년 5월 22일 한국원자력안전연구원과 지자체의 원전 감시 권한을 대폭 강화한 국내 첫 원자력안전협약을 체결했다. 대전시 제공.

△더 큰 지진 발생 가능성, 대비하고 또 대비해야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지진학자들이 내다보는 한반도 최대 규모 지진이 6.8~7.4로 예측되는 만큼 앞으로 더 큰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 경상도 지역에서 7.0 이상의 강진이 올 가능성이 큰 만큼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면서 “‘안전한 원전’은 없다. 항상 조심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군우 부연구위원도 “ 경북은 우리나라 지자체 전체 지진 발생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항상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며 “그동안 원자로 바로 밑에서 수직으로 지진이 발생한 경우가 없었다. 7.0 이상을 넘어서는 지진이 올 경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원자로 외에 연결 파이프 등 2차 계통 설비에 대해서도 성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준수 기자

    • 배준수 기자
  • 법원, 검찰청, 경찰청, 의료, 유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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