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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가장 춥다는 소한 절기에 대처 능력이 느린 노인들이 미끄러지거나 화재로 부상당하며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저출산 고령화 국가인 우리나라도 노인 천국이다. 초겨울부터 농촌이나 도시나 성당에서는 장례 미사가 줄을 잇는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연로한 노인들은 겨울 넘기기가 생존의 고비다.

지난 연말 집안 친척 집에 초상이 나서 문상하러 서울에 갔더니 장례 예식장을 못 구하여 집과 먼 거리에 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에 사는 동생도 문상하면서 두서너 군데 더 가야 한다며 총총걸음으로 바쁘게 나가는 것을 보고 서울에는 사람도 많이 살지마는 죽는 사람도 많구나 하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적막한 인생무상을 느끼게 한다.

살 만큼 살고 지병을 달고 오랜 투병으로 세상을 하직해도 가족들이 오열하는데, 지진이나 화재와 건설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크레인 사고로 사상자가 속출하는 사고를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지난 정부의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안전 불감증을 아무리 강조해도 ‘소귀에 경 읽기’다. 29명의 고귀한 목숨을 앗아간 제천사우나 참사도 인제로 답습하니 안타깝고 답답하다.

지구촌 곳곳에서 보도되는 사고도 잦다. 지진, 수해, 폭탄테러, 총기사고로 한순간도 편한 날이 없다. 과거 부자의 나라 복지국가로 동경하던 미국이나 영국도 잇따른 총기 난사로 정이 뚝 떨어진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불안하고 어수선해도 지하철을 타보면 돈 벌러 직장에, 공부하러 학교에, 볼일 보러 나들이 인파로 인산인해다. 사건 사고가 터져도 일상은 동요 없이 세상만사 잘 돌아가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고 희한한 요지경 세상이다.

입에 풀칠하기도 시간이 아깝고 버거운데, 시국 타령, 정치 이야기는 돈 있고 할 일 없는 한량들이 입방아 찢는다. 생존 현장에 뛰는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을 타보고, 시장바닥에서 노점상의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 살려고 절규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돌아간다. 처지면 자신의 앞가림도 못 하고 가족에게 짐이 된다. 세상살이 소설 속의 감상적인 드라마가 아니다. 뜬구름 보듯 만만하게 처신하면 큰코다친다. 지하철이나 시장바닥에서 살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분주하게 움직이듯이 달려야 한다. 게으름도 성서에는 죄다. 한가하면 온갖 잡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아 영혼만 더럽힌다.

평화와 화합의 인류 축제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붉은 개띠인 무술년 2018년 새해가 밝았다. 내가 세상에 없다고, 내가 걱정 안 해도, 세상만사는 한 치 오차와 빈틈없이 알아서 잘 돌아간다. 비가 온다고 바닷물이 넘칠까? 가물다고 바닷물이 마를까? 걱정할 필요 없듯이 걱정은 그때뿐이고 사라지면 생기고 생겼다가 없어진다.

한반도 긴장 상태에서 개막되는 평창 동계올림픽도 국민의 열화 같은 성원에 화답으로 성공적으로 잘 돌아갈 것이다. 걱정은 붙들어 매고 두 손 모아 대박 터지기를 간절히 기도하자. 누가 뭐라 해도 세상만사는 잘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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