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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원장

우리는 매일 밤 꿈을 꾼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그 꿈이 기억이 나기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한다. 어쨌든 매일 꿈을 꾸지만, 꿈속에 감추어져 있는 중요한 심리적인 의미는 모른 체 지나치기 일쑤다. 그러면 꿈속에는 어떤 심리적 의미가 숨겨져 있을까? 꿈에 숨겨져 있는 중요한 심리적 의미를 알려고 노력을 한다면 자기도 몰랐던 자기 마음을 만나게 되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매일 꾸는 꿈을 가볍게 여기지 말자.

홀어머니의 외동아들과 결혼하여 일생을 살아온 50대의 주부가 있었다. 힘든 시집살이에 결국 화병으로 불안신경증이 오고야 말았다. 그런데 그녀의 꿈 예기가 흥미로웠다. 마루에서 남편과 함께 진수성찬을 먹고 있는데 마당에 개 한 마리가 음식 냄새에 침을 흘리면서 돌아다녔다. 늙고 털이 빠진 흉측스런 개였다. 작대기를 들고 쫓아가면서 그 개를 두들겨 패줬다. 개는 비명을 지르면서 달아났다. 그 개가 사립문을 나서면서 달아나는데 놀랍게도 그 개의 발에 시어머니의 버선이 신겨져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의 꿈 예기도 흥미롭다. 하늘거리는 치마에 눈부신 자태, 향긋한 꽃향기를 품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 부드러운 목소리, 열병을 앓기에 충분한 학교에서 최고의 짱인 생물 선생님이 꿈에 나타나신 것이다. 꿈에서도 선생님의 아름다운 모습은 그대로인데 그러나 손에는 회초리를 들고 계신 것이 아닌가. 그 학생은 두 다리를 넓적다리까지 성큼 걷어 올린 채로 책상 위에 올라가 종아리에 회초리를 맞고 있었다. 그런데 때리는 선생님은 전혀 화난 표정이 아니었고 학생은 맞아도 아프지 않고 회초리가 다리에 감기는 느낌이 좋기만 했다고 한다. 이상한 꿈이었다.

꿈은 ‘마음의 무의식으로 통하는 창문’이므로 꿈의 해석을 통해 마음의 숨겨진 얼굴을 볼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꿈은 ‘발현몽’과 ‘잠재몽’이라는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발현몽은 꿈에서 본 현상 자체를 말하고 잠재몽은 그 뒷면에 숨겨진 의미를 말한다. 위의 주부의 꿈 중 ‘늙은 개’는 발현몽이고 ‘시어머니’는 잠재몽이다. 위의 중학교 3학년 학생의 꿈 중 ‘매를 맞는 행위’는 발현몽이지만 ‘성적인 욕구 해소’가 잠재몽으로 숨어 있다. 무의식의 소원들이나 의식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것들을 그 모양을 ‘위장’해서 꿈에 발현몽으로 나타나게 한다. 위의 주부는 감히(도덕적으로) 시어머니를 때려서 내쫓을 수 없으니 꿈에서 늙은 개를 대신 내쫓음으로써 소원 성취와 욕구불만을 해소하려 한다. 학생은 감히(도덕적으로) 선생님께 성적 행위를 할 수 없으니 꿈에서 차라리 회초리를 맞는 것으로 그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다. 꿈에서도 자신을 방어할 방법을 찾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꿈을 해석한다는 것은 발현몽으로 부터 시작해서 잠재몽의 의미에 도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매일 꾸는 꿈이라도 의미 없는 꿈은 없으며 다 무의식적인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이다. 꿈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자기 마음의 감추어진 부분을 볼 수 있다면 또 다른 자신을 만날 수 있는 훌륭한 길이 될 수 있다.

오늘부터 ‘꿈 일기’를 써보자. 매일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눈을 감은 상태에서 간밤의 꿈을 생각해 본다. 그 꿈의 내용과 느낌과 기분 등을 매일 조금씩 기록을 해 놓는다면 훌륭한 자기 내면의 기록이 될 수 있다. 근데 남의 꿈을 해몽한다고 쉽게 덤비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의 내면적 모습엔 조금도 관심이 없으면서, 나타나는 발현몽으로만 해석한다면 그 해몽은 무조건 틀리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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