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란·박추희·이원난 할머니

9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영남미술대전 시상식에서 봉화군 봉화읍의 이원난(80) 할머니(왼쪽부터)와 소천면의 송옥란(86), 박추희(83) 할머니가 나란히 서예문인화 초대작가 상을 받았다.
경북 봉화군의 할머니 삼총사가 노익장을 과시했다.

대한민국의 오지로 손꼽히는 봉화군에서 80대 할머니 세 사람이 나란히 서예문인화 초대작가가 된 것이다.

봉화군 소천면의 송옥란(여·86), 박추희(여·83) 할머니와 봉화읍의 이원난(여·80) 할머니가 그 주인공으로 이들은 9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영남미술대전 시상식에서 서예문인화 초대작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혼돈의 시대를 몸소 겪으며 생존을 위해 살아야만 했던 할머니들은 “학교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했다.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인생 70고개를 넘어서야 배움에 대한 기회를 찾았고 비로소 붓을 잡을 수 있었다.

송옥란, 박추희 할머니는 봉화읍으로 나오기 위해 소천면사무소에서 운영하는 공용버스를 타고 소천면으로 이동해 다시 시내버스로 갈아타고도 1시간 넘게 걸리는 길을 오가면서 배움의 갈증을 즐거움으로 채웠다.

할머니 삼총사는 지난 10여 년 동안 봉화문화원과 여성문화회관, 노인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는 한문교실과 서예, 문인화 교실 등을 찾아 붓을 잡았다. 이들은 가르침이 있어 배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문을 두드렸다.

‘배우고 익히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논어의 첫 구절처럼 배우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는 할머니들의 열정과 노력은 영남미술대전, 김생서예문인화대전, 경북서예문인화대전 등에서 특선과 입선 등 많은 수상으로 결실을 거뒀고 마침내 영남미술대전 초대작가의 반열에까지 오르게 됐다.

특히 류마티스 관절염과 다리 수술로 거동이 불편한 송옥란 할머니는 “몸이 힘들고 아파도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게 참으로 즐거웠다. 누구든 배움에 게으르지 않다면 할 수 있다”며 “공부하는 젊은이들도 힘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추희 할머니는 “무엇이든 배운다는 건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 같이 배우는 사람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으니 더욱 좋았고 제 길을 걷는 아이들도 열심히 응원해줬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원란 할머니도 “평생에 이루고 싶었던 꿈을 이뤄서 너무 기쁘다. 기회가 없어서 배울 수도, 이룰 수도 없었던 것을 이렇게 이뤄서 더 바랄 게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문산 기자
박문산 기자 parkms@kyongbuk.com

봉화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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