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미나서 한눈에 읽히는 ‘중국사 인물과 연표’(손잔췐(孫占銓) 편저 진화(陳華) 편역·펴낸곳 나무발전소)는 인류의 기원부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탄생까지, 새로운 패러다임의 5000년 중국사를 담아냈다.

세계가 곧 국가였던 시대, 중국의 역사는 곧 동아시아문명사였다. 중국이 옛 중원의 영광을 기억하며 G2로 떠오르는 이때, 중국의 역사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옛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핵심 연결망으로 다가온다.

시진핑 주석이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는 말을 미국 방문 때 했다는데, 이것은 중국인들이 가진 일반적인 역사관을 반영한 발언이기도 하다. 이 말을 한 번 더 뒤집으면 ‘실체로서의 중국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중국 역사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한데, 진·한·수·당·원·명·청과 같은 통일 왕조가 있었지 중국이란 나라는 없었다. 국가로서의 중국의 탄생은 1911년 중화민국 건국이다. 그 이전까지 중국은 특정 나라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 사마천의 ‘사기’로부터 이어지는 24정사(正史)의 계보가 만든 역사공동체다.

누르하치가 세운 청은 지역으로서 중국을 지배했지만, 조선 지식인들은 중국 보편 문명으로써 중화는 조선이 계승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조선중화사상이다. 이런 문화적 흐름 아래 ‘발해고’ 같은 역사서도 나올 수 있었다. 전통시대 중국은 주변 민족을 차별하기 위해 중화주의를 표방했다면 오늘날 중국은 배제가 아닌 팽창의 목적으로 그 개념을 재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중국의 팽창에 맞선 우리의 응전은 양질의 역사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일이다. 이 책은 이런 문화생산자들에게 친절하고 유용한 길동무 역할을 해낼 것이다.

이 책은 시간의 전개에 따라 인물 중심으로 역사사건을 서술했다. 신화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 중국 역사의 과정을 전면적·구체적·개괄적으로 압축한 중국 통사(通史)라고 할 만하다. 정권 교체와 제왕 계승 그리고 민족의 변천을 시간축에 따라 기록하고 그림을 실어 요약했다. 원시사회 이래 역대 모든 제왕의 초상과 부자관계 및 전승 표시도가 나오고, 중요한 역사 사건의 장면이 들어 있으며, 중요한 역사 인물의 초상과 함께 간략한 소개를 덧붙였다.

이 인물의 초상들 가운데는 전승되었던 것도 있고 새로 그린 것도 있고 역사 사진도 있다. 인물의 재현을 위해 중국의 유명 화가들이 참여했는데 인물의 본래 모습을 최대한 존중해 제작했다. 사범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던 저자는 이를 위해 전국의 도서관, 박물관, 역사 현장을 두루 발로 누볐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인물의 여러 판본이 생겨 혼란이 빚어지는 것을 막고자 함이었다.

차례차례 나오는 역사 인물과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글과 그림이 서로 협력·보완해 얽히고설킨 역사적 변화와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 또한 중화민국의 국가원수와 정부 수뇌의 사진과 간략한 소개가 빠짐없이 들어 있고, 재직순서에 따라 표로 정리돼 있다.

복잡다단한 역사를 두루마리에 새긴 그림처럼 편찬돼 있어 독자들은 지식수준에 제한 없이 역사를 음미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특장이다. 한눈에 읽히는 직관적인 편찬체제는 다른 어느 역사서에서도 시도한 바가 없기에 중국 내 디자인 특허 출원 중에 있다.

한국판에서는 중국판에서 생략된 키워드 각주 해설과 이미지와 도표 해제를 덧붙여놓아 읽고 보는 재미를 더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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