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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대 변호사
과천에 있는 정부종합청사에 근무하는 공직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그는 약 10여 년 전에 자신이 근무하는 과천 인근에 40평 정도의 아파트를 3억4천만 원 정도를 들여 샀다. 은행 빚을 전혀 지지 않았고 비교적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 살면서 나름대로 만족하며 생활했다. 그런데 그의 부하 직원 중에는 대출을 내서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이 있었다. 적지 않은 이자를 매달 내야 했기에 늘 궁핍하게 생활했다. 그는 부하 직원이 매우 안쓰러웠고 “왜 저렇게 사나?”라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흐르자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고 했다.

그가 살던 곳은 아파트 가격은 거의 제자리였던 반면 부하 직원이 산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10억 원대를 훌쩍 넘어선 것이었다. 그는 은행 빚 없이 사는 것을 내심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바보짓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고 했다. 은행 빚을 지더라도 강남의 아파트를 사두었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대학을 다니면서 자취방과 하숙집, 고시촌을 전전해야 했다.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대학 주변의 음식이나 시설이 매우 열악했다. 시골 집안 형편으로 하숙마저 어려웠다. 나는 자기 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때때로 저녁 무렵 주택과 건물들로 가득한 도시를 바라보며 저 많은 집 가운데 내가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집이 왜 없을까 라는 우울한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고 다시 사법시험을 공부하고 사법연수원을 나와 집을 사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결혼 후 은행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샀다. 아이들이 잇달아 태어나면서 평수가 넓은 아파트로 옮겨 갔다. 그 과정에서 은행 대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한번은 살던 아파트가 팔리지 않은 탓에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월세를 놓고 대출을 안고 이사를 가야만 했다. 지금과 같은 정부의 대출 규제가 당시에 있었더라면 집을 넓혀 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2주택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양도세를 중과하고 보유세를 인상하겠다고 한다. 양도세를 높게 물리는 것은 수익이 발생하므로 물릴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보유하고 있는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집값이 인상된 만큼 국민으로부터 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은 벌금을 내라고 하는 것과 같다. 더구나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하는 행위가 마치 부도덕한 경제행위인 것처럼 비난한다. 하지만 은행 빚을 얻지 않고도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상당한 자산을 상속받은 사람 외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은행 이자를 물고 돈을 빌리는 것은 현재 자산이 부족한 사람에게 경제활동의 수단인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자본주의는 이러한 금융제도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은행 빚을 얻어 부동산을 구입하는 행위는 비난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문 정부가 금융정책이나 경제정책을 펴는 데 있어 기습적으로 투기지역을 지정하거나 주택담보대출을 투기로 보고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성급할 뿐만 아니라 해로운 정책이라고 할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은 특정 지역의 아파트값을 늘 상승시켜 왔고 자산 양극화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를 살려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만이 전체적으로 소득 향상과 집값 안정을 이루는 길이라고 할 것이다.
윤정대 변호사
서선미 기자 meeyan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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