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도 ‘지피지기 백전백승’···정확한 연구·정보 ‘안전 주춧돌’

액상화 현상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의 한 논에서 기상청 관계자가 시추장비로 채취한 토질시료를 정리하고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지진학자들이 내다보는 한반도 최대 규모 지진이 6.8~7.4로 예측되는 만큼 앞으로 더 큰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 경상도 지역에서 7.0 이상의 강진이 올 가능성이 큰 만큼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 “17세기에 경주와 울산, 포항 지역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다. 400년 가까이 흐른 만큼 지하에 응력이 누적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도 우리나라 단층에 자극을 준 것도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오랜 공백기가 흐른 다음 큰 지진이 오는 것은 틀림없다.”(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한반도와 같은 판 내 환경에서는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의 재래주기를 가지는 중대형 지진이 발생할 수 있어서 다양한 대비가 요구 된다.”(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수많은 학자가 머지않은 시기에 한반도에서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9·12 경주지진과 11·15 포항지진을 겪은 우리는 이제 더 큰 지진에 대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범람하는 지진 관련 정보 가운데 정확한 정보를 선별해 지진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현실이 됐다. 활성단층 조사·연구를 비롯해 액상화 분포와 위험성을 포함한 분석 정보 등을 담은 지진 정보 생산과 활용 방안을 짚어봤다.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 강진이 일어난 경북 포항시 흥해읍 대성아파트 외벽이 심하게 가라 앉아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 지진 원인 ‘활성단층’ 조사·연구 어디까지?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포항지진에서 얻은 교훈으로 활성단층 조사를 통한 지하구조 파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을 꼽았다. 유 교수는 “지표면이 아닌 땅속 깊은 곳의 속살을 파악해야 지진이 어떻게 발생할 지 예측 가능하고, 대비할 수 있다”면서 “행정안전부가 책임지고 조사를 해서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국회 재난안전특별위원회 간사인 김정재 의원이 개최한 지진 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 지진위험지도를 구축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활성단층·액상화·지반정보 등 종합적인 지질정보 DB화가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진을 유발하는 활성단층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와 연구는 어디까지 이뤄졌을까. 이제 ‘시작’이다.

정부는 경주 대지진을 계기로 작년 2월 3일 지진·화산재해대책법 제23조에 근거해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에 대해 범정부 차원에서 조사하기로 결정했고, 다부처공동 지진단층조사 R&D 공동기획 연구용역도 마친 상태다. 2021년까지 493억 원을 들여 R&D 사업을 추진하기로 의결한 상태다.

행정안전부를 주관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범부처 단층조사 공동사업단으로 활동하게 되며, 다음 달 10일부터는 범부처 단층조사 TF팀도 가동할 예정이다.

단층조사는 지난해 말부터 2041년까지 1175억 원을 투입해 한반도 500개 구역에 대해 조사를 벌인다. 1개 구역은 200㎢로 산정했다.

행안부는 한반도 단층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원안위는 원전 설계기준 재평가를 위한 지진원 특성조사, 지질자원연구원(과기정통부)은 양산단층 중부지역 위험요소 평가연구에 나서게 된다.

류송 행안부 지진방재정책과 서기관은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와 연구결과는 구조물과 건축물 내진 설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며, 5년 주기 지진위험지도 작성 때도 활성단층 부분이 반영된다”고 말했다.

유인창 교수는 “부산부터 울진 앞바다까지 이어지는 활성단층인 양산단층 주변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무명(無名) 단층’이 포항지진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우리가 전혀 몰랐던 땅속 단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제 알아낸 만큼 활발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상진 기상청 지진화산정책과장은 “행정안전부와 함께 활성단층 조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기상청은 ‘한반도 지하 단층·속도구조 통합 모델 개발’사업을 추진해 지하에서 지진을 일으키는 단층의 구조를 분석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주지진과 포항지진 발생 때 저층 주택이나 고층 아파트에 피해가 발생하는 등 서로 다른 피해 양상을 보였다. 지진의 특성과 지반의 특성에 따라 피해가 달라진다는 것으로 보여준다”며 “내진 설계 또한 달라져야 함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2년 8월 제작해 이듬해 12월 13일 공표한 국가지진위험지도 또한 새롭게 작성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진·화산재해대책법 제21조에는 ‘내진 설계 등에 활용하기 위해 국가지진위험지도를 공표할 수 있고, 5년마다 그 타당성을 검토해 필요한 경우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 데 따른 조치다.

류 서기관은 “국가지진위험지도는 지진 발생 횟수와 규모를 중심으로 작성하는데, 활성단층 조사까지 합쳐지면 정보의 정확도 등이 더 높아질 것”이라면서 “미국과 일본, 호주 등의 사례와 우리나라에서 공표한 자료를 비교·분석해 국가지진위험지도 작성방법을 표준화하는 방안 마련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액상화 현상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천리 인근 논에서 지질 전문가들이 샌드볼케이노 현상을 조사하고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 액상화 분석·분포도 작성 그리고 복구 대책

포항지진 이후 액상화 현상에 대한 문제가 크게 부각 됐다. 지하수가 지진으로 지표면으로 솟구쳐 땅이 물러지는 게 액상화 현상이다.

행정안전부와 재난안전연구원과 기상청은 작년 11월 19일부터 25일까지 포항의 액상화 현상에 대해 공동조사를 실시했고, 전문가 자문회의도 2차례 거쳤다.

이후 시추조사 등을 통한 액상화 분석과 분포도 작성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규모 택지개발이나 포항제철소 건립 당시 사용한 시추공 3천124개와 이번에 새로 시추한 31개의 시추 결과를 토대로 액상화 여부 분석, 포항지역 액상화 분포도 작성을 마쳤다. 18~19일 일본 액상화 관련 전문 4명과 국내 지진·지반공학회 등 학회 추천 전문가 등 국내외 전문가 자문회의와 공청회를 거쳐 26일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액상화 피해 지역에 대한 조사와 복구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피해신고 지역을 중심으로 지표 투과 레이더 조사(GRP 탐사)를 완료해 29곳의 피해 상황을 확인했으며, 피해 지역에 대한 복구 공법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1986년 도입한 액상화 관련 기준을 토대로 주요구조물 설계 때 액상화를 고려하고는 있지만, 건축물은 관련 기준이 미비한 실정이다.

그래서 정부는 중·장기 대책으로 전국 지반정보와 지하수 정보 등을 토대로 액상화 위험지역 DB 구축과 더불어 전국 액상화 분포 등을 반영한 액상화 위험지도 제작도 추진할 예정이다. 관련 예산은 내년에 확보할 방침이다.

정교철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원지반이 아닌 해안가 매립지에서 액상화 현상이 주로 나타나는데, 인구가 밀집된 도심에서 발생한다면 위험성이 커진다”며 “내진설계 건축물도 건물 하중에 따라 액상화 지수를 계산해서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유인창 교수 또한 “우리나라 전체 매립지를 대상으로 지진 이후 액상화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검사를 해야 한다. 전수조사를 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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