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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요즘 국민 사이에는 북한선수단이 참가하는 평창올림픽이 열리기만 하면 북핵이 해결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냄비성’ 기질을 닮은 우리 국민으로서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자칫 북한 선수단의 공연에 흥분하여 김정은이 마지막 미사일과 핵 개발 완성에 올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우(愚)를 범하는 행동은 삼가야 될 것이다. 이번 평창올림픽에 북한 측은 선수 10여 명에 140명 규모의 삼지연 관현악단과 응원단 230명,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보내기로 했다. 이 관현악단에는 오케스트라 80명에 노래와 춤을 추는 예술단 60명으로 짜여져 있다. 특히 북한 최고의 미녀들로 구성된 예술단에 남한 국민이 홀려 북한 측이 노린 고도의 체제 선전술에 속는 일은 없어야 될 것이다.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 연평해전(6월 29일)으로 우리 해군 6명이 전사하고 장병 19명이 부상을 입은 전투가 있은 지 3개월 뒤 열린 부산아시안게임에 북한 측은 선수단 316명과 여자 응원단 280명을 보냈다.

당시 북한방송은 “평양의 응원단이 남녘을 사로잡았다”고 떠들었다. 우리 측 언론들은 아시안게임 보도를 제치고 이들 미녀 응원단의 일거수일투족을 담는 데 열중했다. 국민 모두가 이들 응원에 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 정부나 국민 어느 누구도 3개월 전 서해에서 북한 함정의 공격에 희생된 6명의 참수리호 장병들의 죽음에 대해 북한 측에 항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듬해인 2003년 대구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대회 때도 북한 측은 300여 명 대규모 응원단을 보내 남한 국민의 관심을 한곳에 모았다. 미녀 응원단이 비에 젖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보고 울면서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키기도 했다. 모든 언론의 초점이 이들 응원단의 움직임에 집중된 것은 부산아시안게임과 다를 바 없었다. 북한 측의 체제선전이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선 북한 측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국민에게 북핵을 잊어버리게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까지의 북한과의 협상 진행을 보면 북한 측이 평창에 오는 것만으로도 황공해 하는 듯하다. 회담장에 우리 측 인원수보다 북측이 한 명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회담을 진행하고 선수단 입장 때도 한반도기를 먼저 꺼내는 등을 볼 때 벌써 북핵에 우리가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모습과는 달리 미국 정부 측은 냉철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며칠 전 “미군은 북한과의 전쟁을 최후 수단으로 조용히 준비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미군은 한국의 평창올림픽과는 상관없이 한반도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전쟁에 대비한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엊그제는 장거리 폭격기(B-52) 6대를 괌에 배치했으며 미 국무부는 북한 방문 여행객에 유언장과 재산처리 문제 등을 서류로 남겨두고 가라는 권유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연말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완성 기일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고 경고한 시점이 다가오면서 미군 측은 만일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를 이같이 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4일 “미국의 압박 덕분에 남북대화가 가능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얼빠진 궤변”이라고 비난한 것을 볼 때 북한 측은 철저하게 평창올림픽과 관련한 남북대화와 북핵 문제는 별개임을 분명히 했다고 볼 수가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평창올림픽이 지나면 심판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한 경고성 기사를 우리 국민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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