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혁파와 관련 ‘선 허용, 후 규제’의 규제 혁신을 주문하자 정부가 본격적인 제도 개선 작업에 나섰다. 국회와 각 정당의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 제·개정 심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규제 개혁에 시동이 걸릴 전망이다. 해석만 적극적으로 해도 풀릴 수 있는 규제가 전체의 32%나 된다는 정부통계다.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규제혁신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지금까지 시도된 적 없는 혁명적인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핵심은 신산업, 신기술에 대해서는 우선 허용하자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혁신성장 주역은 민간과 중소기업이라면서, 공무원들은 이들을 돕는다는 자세로 일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융합기술과 신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규제는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논의는 무성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규제개혁 문제에 당국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문 대통령이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규제혁신과 관련해 지금까지 규제 개혁 보다 과감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정부는 사전 허용·사후 규제의 ‘포괄적 네거티브’로 규제를 전환하기로 하고 38개 과제를 선정했다. 초경량 전기자동차와 OLED 교통안전표지판 도입, 폐나 팔로까지 장기이식범위 확대, 사전 등급 분류 없는 뮤직비디오 출시 등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다. 신제품·신서비스가 출시될 경우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도 추진된다. 인터넷 상거래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공인인증서를 조만간 폐지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강조한 “혁신성장”에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규제혁신에서 성패의 열쇠를 쥔 분야는 공무원이다. 공무원이 신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다 발생하는 문제는 사후 감사나 결과 책임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

다만 이번 기회에 규제를 한답시고 규제해야 할 것을 푸는 우를 범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동안 경기도에 대한 공장증설 허용 등 수도권 규제를 풀어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수도권 규제를 유지할 경우 성장동력이 떨어진다는 한쪽 논리에 문 대통령이 설득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공생(win-win)하려면 이제는 비수도권의 성장동력을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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