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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이제는 대비다] 4. 시설물·건축물 내진성능 확보 방안

건물 내진설계 강화로 기울어진 안전 바로 세우면 모두 안심

배준수 기자   |   등록일 2018.01.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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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5.4 강진이 일어난 경북 포항시 흥해읍 대성아파트 E동이 심하게 기울어져 있다. 경북일보 DB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마산리 대성아파트 6개 동 가운데 E동이 지표면에서 3도 정도 기울었다. 옆의 2개 동을 포함해 3개 동 거주자 17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이후 A동의 지하 설비공간(피트층)을 확인한 결과 지하층 기둥 55개 중 13개에 전단파괴 현상이 발견돼 주민들이 흥해실내체육관으로 옮겨야 했다. 이날 1층을 벽면 없이 하중을 견디는 기둥만 설치한 개방형 형태를 말하는 필로티 공법으로 만든 북구 장성동 크리스탈 원룸의 1층 기둥은 엿가락처럼 휘어버렸다. 부실시공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내력과 강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필로티 공법의 다세대 주택이 강진 발생 때 손상이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 북구 북쪽 7㎞(깊이 3~7㎞) 지역에서 규모 5.4의 국내 두 번째 크기의 지진이 만들어 놓은 상황이다. 학교건물과 면사무소·공원시설, 항만시설, 국방시설, 문화재 등 644곳이 균열 등의 피해를 봤다. 사유시설인 주택과 상가, 공장 등 3만1000곳에서도 전파나 반파, 소파 등의 피해가 있었다. 포항지역 일반주택 2만5849가구가 피해를 입었으며, 이 중 흥해읍 대성아파트 5개 동 중 3개 동 170세대, 흥해경림뉴소망타운 90세대, 북구 환여동 대동빌라 81세대, 해원빌라 7세대는 ‘전파’ 판정을 받았다. 내진 설계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 교훈이다.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시설물과 건축물에 대한 내진성능 확보방안을 살펴봤다.

규모 5.4 강진이 일어난 경북 포항시 흥해읍의 한 상가 옆에 주차된 차량이 옥상 난간 붕괴로 파손 돼 있다. 경북일보 DB
△ 아직도 머나먼 내진 설계율 향상

권혁기 한국시설안전공단 국가내진센터설립추진단장은 “1988년 내진 설계 기준이 도입된 이후 시설물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1990년대 초반에 완성된 시설물들을 중심으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현재 국내 시설물의 내진성능이 실제 어느 수준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가 2015년 12월 기준으로 조사한 현황을 보면, 700만 동의 국내 건축물 중 내진성능이 확보된 건축물은 6.8%(48만 동)에 불과했다. 정부는 2016년 9·12 경주 대지진 이후 지난해 2월부터 내진 설계의무 대상을 기존 3층 또는 연 면적 500㎡에서 2층 이상 또는 연 면적 500㎡ 이상으로 확대했다. 내진 설계 적용 대상 민간 건축물이 144만 동에서 264만 동으로 120만 동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10월 24일에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진 설계의무 대상을 모든 주택, 2층 또는 연 면적 200㎡ 이상 건축물로 더 넓혔다. 그러나, 2층 또는 연 면적 500㎡인 민간 건축물 중에 내진 설계가 이뤄진 비율은 20.4%에 머물렀다.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내진 설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민간 건축물 내진 대상 264만 동 중 내진 설계가 이뤄진 곳은 54만여 동에 불과했다. 경북의 민간 건축물 내진 설계율은 21%, 대구는 15.4%에 머물렀다.

안영규 행정안전부 재난관리관이 포항지진 발생 다음날인 작년 11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포항 지진’ 대처 브리핑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공시설물 내진보강률은 2016년 말 기준 43.7%, 학교는 23~25% 정도로 확인됐다. 안 재난관리관은 “모든 학교가 안심할만한 내진 설계가 되려면 학교 수가 많은 탓에 20년 이상 걸린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직접 관장하는 도로·철도 등 SOC 시설 2만3315곳 중 96%인 2만2377곳의 내진성능을 지난해 11월 확보했으며, 938곳에 대해서는 사업비를 집중 투자해 내년까지 내진보강률 100%를 달성할 계획이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포항 흥해읍 대성아파트 주민들이 막바지 짐정리를 하고 있다. 경북일보 DB
△ 민간 건축물 내진성능 확보방안

공공시설물 등은 정부가 계획에 따라 예산을 투입해 내진보강률을 높이면 되지만, 민간 건축물의 경우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건물 소유주가 소극적으로 응할 수밖에 없어 내진 설계율을 높이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생긴다.

해외사례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민간 건축물 소유주의 소극적인 경향을 극복하기 위해 내진보강 지원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겪은 일본은 1981년 신내진기준을 만들어 1981년 이전에 건설된 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에 힘쓰고 있다. 내진보강 공사비 일부를 국가와 지자체에서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내진보강 사업 시행 때 소득세와 고정자산세 등의 공제나 감면혜택을 주고 있다. 주택의 경우 독립행정법인 주택금융지원기구에 의한 대출제도를, 내진진단 의무 대상 건축물은 일본정책금융공고에서 운용하는 방재환경 대책자금에서 대출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또한 금융·정책지원을 통해 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를 위한 재원마련 및 소유주의 의사결정을 유도하고, 기술지원을 통해서는 보강기술의 선정과 공사 등 내진보강 프로세스의 원활한 진행을 돕는다. 정보지원을 통해서는 공공의 인식개선과 소유자 이익 실현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오금호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지진대책연구실장은 “소요비용의 과다, 내진성능 확보가 불필요하다는 인식, 업자선정의 어려움, 공법·비용·효과 등의 적절성 판단의 어려움, 공사 중 사용 제한 등 다양한 이유로 민간소유 건축물의 내진보강이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지원금 조성, 행정처리, 기술과 정보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정부지원방식을 체계적으로 마련해 지속해서 운영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효성이 낮은 정부 지원책도 한 몫 한다.

정부는 2013년부터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건축물에 ‘내진 설계 보강 대수선 공사’를 하면 취득세와 재산세 등을 감면해주고 있는데, 최근 3년간 이 제도를 활용한 경우는 2016년 서울 마포구의 다세대주택 1건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기준에 미달해 결국 세제혜택이 취소됐다. 공사비용에 비해 혜택이 미흡한 데다 홍보도 부족했던 탓이다.

국토부 측은 “용적률 완화와 지방세 감면 등 인센티브가 내진보강 비용 대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 “현행 용적률을 인센티브 한도 10%를 상향 조정하고 조정된 한도 내에서 지역별 내진보강 시급성 등을 고려해 조례로 정하도록 개선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내진보강 인센티브와 우선순위별 단계적 의무화, 보강기술 보급 등을 포함한 종합전략과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오상훈 부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지자체 상설전문위원회나 위탁기관을 내진보강 지원주체로 정해 업무를 추진하면서 지자체 조례로 내진보강 때 지원하는 규모를 결정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고, 내진성능 인증을 받은 건축물에 조세감면이나 관련 보험료 할인, 내진보강비용 보조 등 현실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강덕 포항시장과 정밀진단 전문업체가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A동 지하 설비공간에 들어가 지하층 기둥 등의 피해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경북일보 DB
△ 내진안전진단 등 체계적 내진성능 확보방안

개별법에 따라 각종 시설물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진과 관련한 법적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각 중앙부처의 내진정책을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내진성능 실태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혁기 한국시설안전공단 국가내진센터설립추진단장은 “경주지진과 포항지진이 1년 새 발생한 경우를 보더라도 피해를 동반하는 더 큰 지진이 연중행사로 발생하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기존 시설물이 내진 안전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는지 확인하는 내진안전진단 또는 내진성능평가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단장은 “내진안전진단 결과의 오남용을 예방하고 진단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공신력 있는 기관이 내진안전진단 결과를 평가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며 “안전성 확보가 미흡할 경우 내진보강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내진보강설계가 필요하다. 최적의 신기술·신공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내진 기술자에 대한 의무교육 제도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진안전진단, 내진안전진단 평가, 내진보강설계 적정성 평가, 보강 신기술 검·인증이 시행될 때 비로소 기존 시설물에 대한 체계적인 내진성능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배준수 기자

    • 배준수 기자
  • 법조, 경찰, 대학,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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