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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시민연대 대표
서울시 종로하면 대한민국의 한복판이다. 바로 그곳에서 화재로 여섯 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된 사람들은 쪽방이라 불러야 할 여관방에 투숙한 사람들이다. 살기 위해 아등바등 안간힘을 쓰던 사람들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종로 여관참사를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길 한다. 많은 사람이 방화범에 초점을 맞추어 ‘능지처참하라, 사형시키라, 당장 죽여라’ 하고 격분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다. 하지만 방화범에만 초점을 맞추면 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달방과 쪽방, 화재안전과 주거 대책에 대한 관심은 사라져 버린다.

참사 이후 쏟아진 기사를 봐도 달방과 쪽방, 화재 안전에 초점을 맞춘 기사는 가물에 콩 나듯 한다. 희생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기사 가운데서도 세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는 기사는 많다. 그런데 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달방이라 불리는 열악하기 짝이 없는 ‘여관’에 투숙할 수밖에 없는지, 왜 하룻밤 묵는 ‘여관’, ‘여인숙’에 장기 투숙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지 묻는 기사는 드물다. 왜 달방은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지 묻는 기사는 더더욱 드물다.

더욱 큰 문제는 정치권의 반응이다.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 한국당은 신보라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의 나태와 무능 때문에 국민이 생명 잃었다’고 했다. 정부를 비판하는 하는 건 야당이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여관참사는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문제가 터진 것이고 달방은 한국당이 집권하는 오랜 시간 동안 안전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걸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하면서 안전사고를 이용해 반사이익을 보려 해서는 곤란하다.

한국당은 원내 제1당에 근접하는 의석을 가지고 있는 거대 정당이다. 마음만 먹으면 달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 같은 주거대책이 나올 수 있고 안전 사각지대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입법과 예산 투입이 가능하다. 한국당이 나서면 화재 안전에 허술한 달방 같은 거주 공간에 스프링클러와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의무화하고 설비를 지원하는 입법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를 비판할 때는 문제를 정확히 짚어서 비판하고 자신들의 잘못이 무엇인지 밝히며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하는 게 세금을 먹고 사는 거대 야당의 ‘도리’ 아닐까. 정부더러 ‘소 잃고도 아직 외양간도 못 고쳤다’고 했는데 이 말은 자신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당은 논평을 통해 “유전‘안전’ 무전 ‘참변’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정확히 현실을 짚은 말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말에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소방관 증원에 반대한 전력이 있는 국민의당이다. 달방의 화재안전에 대한 대책을 낸 적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정의당은 여관참사는 “여전한 안전 사각지대의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불행한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주거 빈곤층의 노후 건물에 대한 소방 점검 실시 등 관련 법안의 조속한 마련을 촉구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한 논평이다. 입법에 앞장서 주기 바란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홈피에 들어가 보았지만, 주요 인사의 발언 내역도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집권당이 국민이 화재 참사로 목숨을 잃었는데 논평 내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는가.

정당에 있는 사람들이 합심하여 다시는 똑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내고 예산을 편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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