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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근 민주당 중진 인사들이 ‘20년 집권론’을 거론하고 있다. 이 말이 이들의 허욕이거나 오만에서 나온 말로 치부할 수가 없다. 실제 그렇게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작금의 야권 정치 상황을 보면 수긍이 간다. 대한민국 정통 보수의 지지를 받아 온 자유한국당을 보라. 당 지지율 20% 미만의 저조한 상황에서 의원들이 함께 뭉쳐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여권의 정책 콧대를 꺾을 생각은 않고 서로를 물고 뜯는 현재 상황으로는 오는 6월의 지방선거에 참패는 불을 보듯 하다. 지지층이 두꺼운 TK 지역에서조차 경북지사와 대구시장 후보를 두고 현역 중진의원들이 물고 물리는 이전투구의 공천 싸움이 벌어지고 벌써부터 상대에 대한 온갖 흠집을 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언제 김정은의 북핵 실행이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들에게서 만신창이가 된 당을 살려 나가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모습에 실망한 지역민들의 한국당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싸움질에 호밋자루 썩는 줄을 모르는 것이 현재의 한국당 모습이다.

야당의 한 축인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으로 인해 당이 두 쪽으로 갈라져 진흙탕 속에 뒹굴며 제 앞도 가리지 못하는 형편에 놓여 모처럼 신선한 야당의 출현을 기대했던 중도보수층을 돌아앉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20년 집권 대망론은 상당한 논리로 무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해온 데로 보수진영을 완전히 허물고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지방권력을 손아귀에 넣고 이후 개헌으로 대미를 장식하면 민주당의 20년 집권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20년 집권론의 중심에 있는 친문 원로인 이해찬의원은 최근 인터넷 방송에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두 번 정도로는 정책이 뿌리를 못 박았다. 적어도 네 번, 다섯 번은 계속 집권을 해야 정책이 제대로 정착한다”며 20년 집권론을 펼쳤다. 그는 지난 대선 때부터 “우리가 집권하면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그의 말대로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현실화됐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지난달 중순 신년기자회견에서 “최소 20년 집권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했고 김민석 민주연구원장도 지난달 24일 당 행사에서 “민주당 정권이 10년, 20년 계속 갈 수 있는 소명감을 갖고 이번 지방 선거와 개헌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여당의 이런 논리에 “민주당 정권이 적폐청산을 내세워 보수세력들을 궤멸시키고 영구 집권의 길로 가고자 하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는 당 대변인의 성명 한쪽으로 끝내고 더 이상 여당의 ‘20년 집권욕’을 귀에 담아 대책을 세우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적어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최소한의 ‘애국론’이라도 내세워야 한다. 영혼이 없는 정치인이라는 비난을 국민들로부터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그라지는 이 나라 보수층을 재결집시킬 수 있는 보수정당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최근 회원 수 3000여 명인 대학생 단체인 ‘한국대학생포럼’에서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주제로 한 내부 입장 논의 과정에서 “개막식에서 태극기를 흔들자”는 제안 등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서도 “평창에서 태극기 휘날리자”는 글이 늘어나고 있고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도 “2월 9일 다 같이 태극기를 듭시다”라는 글이 등록됐다. 2030 세대 사이에서 폭넓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태극기 퍼포먼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판에 한국당 국회의원 누구도 이들 젊은이와 호흡을 맞추는 정책들이 보이질 않고 있다. 적어도 한국당이 차기 집권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평창올림픽을 기폭점으로 하여 중도보수로 기우는 2030 세대의 젊은이들을 포용하는 보수정당의 모습을 빨리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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