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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을 걷다] 21. 후포항~기성공용버스터미널

신라 화랑들이 놀았다는 관동팔경 월송정에 올라

이순화 시인   |   등록일 2018.02.0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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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송정에서 내다본 월송해변
요란한 확성기 소리에 잠이 깼다. 어촌계장님이신가? 지레짐작을 해 본다. 밖은 사이렌 소리, 엔진 소리, 사람들 발소리로 떠들썩하다. 서둘러 카메라를 들고 해가 말갛게 얼굴을 내민 포구로 나간다. 일렬횡대로 줄을 서 있는 포구에 고기잡이배들, 부둣가에는 이제 막 내린 해산물을 사려는 사람들과 팔려는 사람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 올랐다.

후포항 전경
후포항의 뜨거운 기운을 받으며 북쪽 해안 길로 들어선다. 겨울의 한가운데서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동내 주민쉼터도 백사장도 조용하다. 좌측 산 밑에 평해 광업소 사택이 보인다. 머리 위를 지나 동해에 발을 내리고 있는 이 철제 구조물은, 선적 컨베이어벨트다. 광산에서 채굴한 석회석을 파쇄 공정을 거쳐 선박까지 실어 나르는 수송로. 만 톤급 화물선이 깊게 물살을 가르며 철강업체 포스코를 향해 뱃머리를 돌리는 풍경을 떠올려 본다.

멀리 등기산 스카이워크가 보이는 후포리 해변
용치곶 두꺼비 바위
용치곶 해안가에 두꺼비 모양의 바위가 눈길을 끈다. 두꺼비는 재복을 상징한다는데, 오늘 하루 이 여행이 무사히 끝나기를 빌어본다. 수심 얕은 바다에 완만한 곡선의 해안선. 정적이 감도는 바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거일리 해안 도로다.

거일리는 본래 평해군 남하면 지역으로 지형이 기(게)알과 같이 생겨서 기알, 또는 게알이라 하였는데, 1916년 구역 폐합에 따라 네 개의 동을 병합하여 거일이라 부르게 되었다한다. 울진대게 원산지마을이라는 표지석이 길 안내를 한다.

울진의 특산물인 울진대게의 환경 보존과 정통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 거일마을에 세웠다는 울진대게유래비 앞이다. 울진대게는 황금색이 짙은 참대게 또는 박달게의 다리 모양이 대나무와 같이 곧다 하여 대게라 불러왔다는 것과, 본래 이름이 게 알이라는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울진대게와는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내용이다.

거일 마을, 대게잡이배 모형물
울진바다목장 해상낚시공원
울진바다목장 해상낚시공원 매표원이 내다보고 있다. 감성돔, 돌돔, 쥐노래기 등이 많이 잡힌다는, 이곳은 이미 입소문을 타고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다. 매혹적인 자태로 동해 한가운데를 향해 뻗어 나간 잔교 위에 선다. 확 트인 바다, 수면 위를 미끄러져 내리는 미풍, 거울처럼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바다 속 풍경, 나는 벌써 짜릿한 전율에 휩싸인다.

해파랑길을 안내하는 바닷새
거일 해안도로 풍경
바다 위 해상잔교를 돌아보며 아쉬움에 또 찰칵,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바다는 어느새 역동적인 모습으로 변해있다. 파도 소리가 방파제를 넘는다. 작은 어촌마을을 두고 두 갈래 길, 인기척 하나 없는 마을 중심부를 통과한다.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두고 왜 이리로 길을 돌려놓았는지 모르겠다. 다시 나타난 해안도로, 게알길에 막 잡아 올린 물고기가 해풍에 말라가고 있다.

직산리 붉은대게 조형물이 방죽을 따라 끝이 없다. 앙증맞게 줄을 서서 해안가를 장식하고 있는 붉은 게, 꼭 동화 속 길을 걷고 있는 느낌, 이런 구경도 재미가 쏠쏠하다. 드문드문 은멸치, 오징어, 미역, 다시마 판매 간판도 눈길을 끈다. 거일항 포구는 고요하다. 다들 먼 바다로 고기잡이 나갔나 보다.

이제는 또 울진의 특산물 사진들이 서로 자랑이라도 하듯 방죽을 따라 줄을 서 있다. 속살이 쫄깃하고 담백하여 궁중에 진상되어 왔다는 울진대게, 다양한 영양분을 함유한 붉은대게, 울진 송림이 키워낸 송이버섯, 청정해역에서 자란 울진고포미역….

울진 특산물 사진이 내걸린, 직산길
가족, 바다 여행
활기찬 풍경만으로도 기운이 나는 걸음 앞에서 다시 나타난 두 갈래 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이 생각난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볼 수는 없다. 두고 가는 다른 한길을 내다보다 솔숲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여기도 저기도 지붕 낮은 민박집이다. 숲으로 들어선 지 십 분이나 되었나, 다시 나타난 해안도로, 두고 온 길이 궁금해 뒤돌아본다.

마른 풀 스치는 소리와 파고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월송정교로 올라선다. 밑에는 남대천 강물이 흐르고 있다. 자신이 태어난 강의 물 냄새를 기억하며 모천을 거슬러 오른다는 연어 이야기를 생각하며 우측 솔숲으로 들어 선다.

남대천이 흐르는 겨울 풍경
관동팔경 중 제일 남쪽에 자리 잡고 있는 평해의 월송정이다.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울진에 망양정, 삼척에 죽서루, 강릉 경포대, 양양 낙산사, 그리고 간성에는 청간정이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북한 땅이라 갈 수 없는 고성에 삼일포와 통천에 총석정이 있다. 풍경도 비껴갈 수 없는 분단의 서글픔을 안고 월송정에 오른다. 원래 월송정은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450m쯤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오래되어 없어진 것을 1980년 이곳으로 옮겨 다시 지었다고 한다.

월송이라는 이름이 생기게 된 유래를 살펴보면 신라시대 네 명의 화랑이 달밤에 송림 속에서 놀았다 하여, 혹은 월국에서 소나무를 가져와 심었다, 또는 소나무 너머에 있는 정자라는 등의 여러 설이 전해오고 있다. 특히 조선의 9대 왕 성종이 화가에게 전국 활터에 세운 정자 중 경치가 가장 뛰어난 곳을 그려 오게 하였는데, 이때 월송정이 뽑혔다는 이야기도 전해오며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았던 곳이다.

구산해수욕장
구산 어촌체험마을
너른 솔밭 사이를 빠져나와 명사십리 구산해수욕장으로 들어선다. 활활 펼쳐놓은 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오토캠핑장이 인디언천막집을 연상하게 한다. 빛이 한풀 꺾인 겨울철이라 그런지 낭만적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각지에서 몰려든 피서객들로 몸살 앓았을 여름철을 생각하며 구산항으로 발길을 돌린다.

조선시대 울릉도·독도를 지킨 수토사의 국토 수호 의지를 후세에 전하고자 만들었다는 독도 조형물을 돌아보며 대풍헌으로 들어선다. 경상북도 기념물 제165호로 지정된 이 건물은 울릉도를 순찰하던 수토사들이 머문 장소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고문서와 현판들은 우리나라가 울릉도를 지속적으로 관리한 역사적 사실을 증명해주는 귀중한 사료로 남아있다. 울릉도와 독도를 순찰하기 위해 파견된 수토사(搜討使)들이 배를 타기 전, 순풍(順風)을 기다리며 머물렀던 장소이기도 하다.

출항을 기다리고 있는 구산항 전경
순풍을 기다리며 수토사들이 머물던, 대풍헌
해파랑길에서 만난 효자비각
봉산리 바다에 갑자기 물결이 높다. 서쪽 산을 내려온 해 그림자는 동해에 발을 내리고, 파도 소리는 얼른 가라는 듯 객의 등을 떠민다. 봉산쉼터를 앞에 두고 해안도로를 벗어나 이제부터 오르막길이다. 담장 높은 울진비행기훈련원, 그리고 다시 내리막길 기성교차로에서 우측 길로 방향을 튼다.

기성공용버스터미널을 저 앞에 두고 ‘황응청 효자비각’ 표지판이 눈길을 끈다. 여기는 또 어떤 이야기를 남겨놓았을까. 손바닥만 한 지붕을 이고 있는 비각을 향해 옮기는 걸음이 가볍다. 효자 이야기는 언제 어디에서 만나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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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이순화 시인

□ 여행자를 위한 팁

잊을 수 없는 재미있는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구산마을에서 어촌체험을 해 보는 것도 좋을 일. 통발 안에 먹이를 넣어 바다 밑에 가라앉혀 두면 다양한 물고기들이 먹이를 먹으러 통발에 들어갔다가 갇히게 된다. 통발을 당길 때마다 어떤 고기들이 들어 있나 조마조마한 마음, 스릴 만점의 그물·통발낚시체험과, 어업인들의 경매 현장을 몸소 느낄 수 있는 대게경매체험. 바다 속을 훤하게 살펴볼 수 있는 투명카누체험. 갯바위에 올라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갯바위낚시체험. 물이 맑고 수심이 얕아 손을 넣어 잡다 보면 금세 한 소쿠리 가득 잡힌다는 조개잡이체험 등이 있다.

그물 손질로 또 하루를 달려온 동해안 사람들
구산봉산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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