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잠에서 깨어난다
관절을 펴는 해송의 물관부는
처음 푸르름의 기억으로 아직 팽팽한데
승화하는 는개의 뒤에 떠오르는
단단한 나이테를 보았는가 은은한 달무리 속에서
부서진 포말을 꿰는 솔잎들
그 여린 떨림으로 이는 매운바람이
붉은 산을 넘었다
별빛 가득 내려앉는 가뭇한 땅끝
그 너머 유난히 옹이 많은
굽은 해송 한 그루
감상) 지난 밤 어느 들판에는 눈이 하얗게 내렸다고 했다. 시내로 들어오는 외곽의 차들은 지붕에 쌓인 눈을 그대로 싣고 왔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엔 지난겨울 한 번도 눈이 쌓이지 않았다. 무엇이든 기다리는 것은 옹이를 만드는 일 내 심장이 그것으로 울퉁불퉁 단단해져 있다.(시인 최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