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머리에 앉은, 동그마니,
모서리를 찧은, 쥐 같은 것


책상머리가 식자들의 제단이라면
그 위에 놓인 것들은 뭐든 원래 자리가 아니어서
서로 택배처럼 민감해져 있다


저 돌도 강물 아래 따로 여며졌겠지만,
세상사에 휩쓸려서 내게 잘못 부쳐온 한밤중이다


?우린 어떻게 서로 치워져버릴까?


그냥 있다는 외로움 때문에
돌을 뜯어내어 부처를 꺼내기도 하지만,


이런 밤엔 생쥐처럼, 생쥐를 닮은 돌처럼
제단 밑 그늘로 숨으려 하는
보속(補贖)의 시도 있다




감상)어쩌다 우리 집에 온 책이 있었다. 반송함에 넣어두었는데 오랫동안 수거해가지 않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책이니 누가 봐도 보낸 사람은 좋아할 거라는 확신으로 다시 가져왔다. 막상 뜯고 나서야 내가 가질 책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것은 칠순의 할아버지가 옛 여자 친구에게 보내는 시집이었다 내가 이사 오기 전 행복한 그녀가 여기에 살았던 모양이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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