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헌법 개정안이 성안되면서 개헌 논의에 불이 붙었다.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 필요성이 가장 큰 이유였다.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은 1973년 미국의 역사학자 슐레징거가 그의 저서 ‘제국의 대통령직(The Imperial Presidency)’에서 닉슨 행정부의 막강한 권위를 묘사하면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미국에서는 1974년 8월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사임할 때까지 행정부의 권한이 입법부·사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막강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때 루스벨트 행정부의 권위는 다른 정부 기관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워터게이트사건 이후 대통령의 권한이 약화 돼 바람직한 3권분립의 형태가 유지되다가, 2001년 9월 11일 미국 9.11테러사건이 터지면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용어가 다시 등장했다.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 비용으로 400억 달러의 예산을 승인받은 뒤 그 사용처를 의회에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등 의회와 사법부의 고유 권한을 무시하자 언론들이 부시를 가리켜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제왕적 대통령은 3권분립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다른 정부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막강한 것을 가리키는 비유적 표현으로 사용됐다. 이는 곧 대통령의 권한이 옛날 왕조 시대에 제왕이 누리던 독단적 권위처럼 막강하다는 뜻으로 심할 경우 대통령 독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도 전통적으로 행정부의 권위가 막강해 입법부·사법부를 압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통령이 집권당의 총재직을 겸하면서 인사권과 재정권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등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됨으로써 많은 폐해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종식시키기 위한 개헌은 전국민적 바람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중임제를 선호한다고 알려진 것과 같이 대통령 개헌안에도 대통령 중임제가 채택됐다. 여당과 청와대가 “대통령의 권력 남용은 제도가 아니라 개인의 성향문제”라고 견강부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동욱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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