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룰 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 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감상) 따뜻한 봄비다. 손등으로 만지면 내 혈관 속속들이 들어와 마디마디 꽃피워줄 것 같은 봄비다. 나는 온 봄 내내 비밀 같은 그 꽃을 안고 향기로우리라. 어쩌다 내 꽃향기에 눈 멀어주는 이 있다면 그의 손 등에 내 꽃 한 송이 얹어주리라. 따뜻한 봄비다 눈을 감으면 내 온몸으로 졸졸졸 소리 내어 흘러들어올 것 같은 봄비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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