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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평강 약전(略傳)

나희덕   |   등록일 2018.03.1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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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얼마간의 가축을 키웠다

병아리들을 부화시켜 마당에 놓아먹였고
입덧이 심한 아내를 위해
얼룩 염소 한 마리를 사다가 젖을 짜 먹였다

염소가 언덕에서 풀을 뜯을 때
가만히 앉아 무슨 생각인가를 한없이 하는 사람이었다

염소가 풀을 다 뜯은 후에도
멀리서 들려오는 피리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었다

언덕의 풀처럼 나지막하고 바람에 잘 쓸리는 사람이었다

닭 키우는 걸 좋아했지만
죽은 닭은 잘 만지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갓 낳은 달걀과
마악 짜낸 염소젖,
생전에 그가 식구들에게 건네준 전부였다

그보다 따뜻한 것을 알지 못한다




감상) 멀리에서 보아야 아름다운 것도 있다. 꽃 피기 전의 먼 강, 저녁이 오기 전의 먼 산, 굳이 손 내밀어 잡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지나다 무심코 고개 들면 내 앞에 우뚝, 그도 그렇게 서 있을 것이다. 아직은 꽃이 오지 않아야 봄이 오래 아름다울 것이다.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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