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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순 중원대학교 교수
미국과 북한이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과연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1993년 6월 최초 북·미 공식회담이 있었다. 북한 노동당 김용순 국제비서와 미국 국무부 아놀드 캔터 차관이 뉴욕에서 만났다. 이때 핵 문제가 처음 제기된다. 미국이 먼저 핵과 미사일에 대해 국제적 룰을 지키도록 북한에 요구했다. 여기에 한국전쟁 시 미군 전사자의 유해 송환 등까지 포함했다. 당시 김용순은 후속회담과 회담을 마무리하는 공동성명서 발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적극적이지 않았다. 당연히 성과가 없었다.

그리고 약 30년이 되었다. 북·미가 만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고위급이었다면 지금은 정상급 회담이다. 미국은 30여 년 전 왜 북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을까? 아마 미국의 근대화적 사고에 근거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 근대화적 사고는 서양 근대화 모델이다. 근대화는 일종의 법칙 모델이다. 서구가 그동안 이렇게 했으니까 너희도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될 것이라는 법칙이다.

이런 논리에 근거해 북한도 국제사회의 룰을 지키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이면 북한도 국제사회의 정상국가가 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의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런 북한에 대해 미국은 그동안 수차례 제재 조치를 취했다. 매번 압박의 정도를 높여 왔지만, 북한체제는 그대로 버티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협상력을 높여가면서 미국을 시험하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미국의 형태를 봐서 믿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의 약속 위반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1993년 미국의 공동성명서 작성 거부를 북한은 생존위기로 인식했다. 우여곡절 끝에 북·미는 1994년 10월 북핵동결과 그 대가로 경수로 건설 지원, 중유 제공을 약속한 제네바합의문을 체결했다.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고 북한은 이를 미국의 탓으로 돌렸다. 결국, 북한은 미국이 북한체제에 대한 붕괴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당장에는 핵 폐기 협상을 했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북한체제 붕괴를 노릴 것이라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이 그동안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비핵화 협상을 질질 끌고 왔다고 보는 견해가 미국 내에서는 적지 않게 있다. 트럼프 정부 내에서는 이러한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입장에 있는 이들은 예정된 북미회담에서 미국이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본다. 상호 불신을 강하게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결과를 얻을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김정은은 중국 방문 등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과거와 같은 비핵화에 대한 선언적 수준에서는 합의 도출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서 내정된 존 볼턴은 북한과 협상에서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으로 합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가안보회의의 보조관이 미국 안보사령탑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이번에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회담을 추구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북한 핵 문제가 거의 막바지 단계라 할 수 있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불신을 서로 어떻게 털어내느냐가 문제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이 더 이상 핵 문제로 국제사회에 협박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북한은 핵 문제 해결 이후 체제를 확고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협상 결과를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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