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 "기관·단체명 안 밝혀 선거위반 확실···"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익명의 단체가 불법 여론조사를 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전화 여론조사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2일 밝혔다. 대구시선관위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서다.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해 발신한 이 조사는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데다 조사기관이나 단체의 명칭을 밝히지 않았다.

경북일보가 3월 말 이뤄진 2개의 여론조사를 빙자한 전화 통화 파일을 입수해 확인했다.

여성조사원은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묻고 후보의 이름을 나열한 뒤 피조사자의 답변을 들었다. 질문 과정에서 ‘1번 000, 2번 000, 000, 4번 000, 5번 지지자 없음’ 이런 방식이다. 3번은 말하지 않고 예비후보 이름만 나열했다. 1번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변하자 “답변 너무 감사드린다”고 한 뒤 4월 5일 대구시장 후보 경선 모바일 투표와 4월 8일 현장투표 일정 소개와 함께 투표 참석을 독려했다.

피조사자가 “휴대전화 발신으로 여론조사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여성조사원은 “02나 070 번호는 많이 받지 않아 휴대전화로 하게 됐다”고 했다. 여론조사기관 명칭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저희도 모른다”고 한 뒤 끊었다.

남성조사원의 전화통화는 달랐다. ‘1번 000, 2번 000, 3번 000, 4번 지지자 없음’이라고 소개한 뒤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물었다. 피조사자가 3번이라고 답하자, 여성조사원과는 달리 대구시장 후보 경선 모바일 투표와 현장투표 일정 소개를 하지 않았다. 두 조사 모두 1번은 특정 후보로 고정돼 있었는데, 1번이 아닌 다른 후보를 택하자 경선 투표 안내를 하지 않았다. 이 남성은 자유한국당 경선 여론조사 기관이라는 설명은 달았지만, 단체의 이름은 별도로 말하지 않았다.

경찰은 선관위가 수사 의뢰한 자료와 통화 내용 분석 등을 통해 불법여론조사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김현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선거법상 여론조사를 하려면 선관위에 사전신고를 해야 하고, 여론조사 때 기관·단체명을 밝혀야 한다”면서 “피조사자가 물어도 끝까지 기관·단체명을 알려주지 않았던 점을 보면 여론조사 방법 위반이 확실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진 여론조사 빙자 전화인지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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