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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의 단성소가 이 시대를 꾸짖고 있다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   등록일 2018.04.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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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문재인 정부의 전임 정권들에 대한 적폐청산 작업이 마무리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적폐청산의 최대 방점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혐의 등으로 최근 구속기소 되었기 때문이다. 머잖아 수갑 찬 이 전 대통령의 모습을 법정에서 보게 됐다. 세계만방에 이 모습이 알려지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얼마 전 1심 재판에서 뇌물죄 등이 적용돼 24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뉴스도 전 세계에 이미 알려졌다.

세계인의 눈에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관료와 정치지도자들이 뇌물을 받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는 뇌물 천국처럼 보이게 됐다. 적폐청산 대상자로 지목된 전임 및 전전임 정권의 십수 명의 장관급 인사들이 돈과 관련돼 구속기소 돼 있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적폐청산의 마무리 수사에서도 상당수 전직 고위인사들이 구속을 면치 못할 것 같다. ‘다음’, ‘다음다음’ 정권에서도 적폐의 대상자로 지목된 전직 고위인사들이 뇌물 등의 혐의로 영어(囹圄)의 신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욕의 역사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 앞에 반복되어 나타날 것이다. 단지 시간만 잠시 늦추어질 뿐이다. 이것이 5백 년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우리네 민족의 숙명인 것이다.

세계에서도 유일하게 동족끼리 나라를 두 동강으로 쪼개어 살면서 한쪽은 수백만 명을 한꺼번에 죽일 수 있는 핵을 가지고 동족을 향해 언제든지 핵을 터트릴 기회를 노리고 있다. 또 한쪽은 사회 곳곳에 돈에 홀린 부나비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에 빌붙어 나 혼자 잘 먹고 잘살겠다는 사욕이 넘쳐나고 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위정자들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명목만 있을 뿐 3백만 명이 넘는 고학력 청년 백수와 18년 만에 최고 숫자의 실업자가 발생하고, 그리고 하루에도 수백 곳의 영세 자영업소들이 문을 닫고 있는 이 참담한 현실을 외면한 채 붕당 싸움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조선시대 당파싸움이 가장 치열했던 명종 때 임금이 내린 수차례의 벼슬도 거절하고 산림처사로 행세하며 당대 최고의 비판 정신으로 임금에게 올곧은 상소를 올렸던 남명 조식 선생(1501-1572)의 단성소(丹城疏)가 마치 오늘날의 세태를 꾸짖는 듯하다. 이 단성소가 명종께 올려지고 난 뒤 4년 후에는 홍길동이 등장하고 남명 사후 20년 뒤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당시 사회는 홍길동전의 소설 내용과 같이 계급이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관리들은 부정부패와 주색잡기에 혈안이 되었고 왕은 있으나 허수아비에 불과하고 지방관리들은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기에 바쁘고 굶주린 백성들은 남부여대(男負女戴)하며 살았던 시대다.

조식 선생이 목숨을 내어놓고 쓴 이 단성소는 무능한 임금께 당파 싸움으로 인한 나라의 어지러움과 피폐해진 국민의 삶을 바로 알리기 위해 쓴 올곧은 한 선비의 절규였다.

“이제 전하의 국사가 그릇된 지 오랩니다. 나라의 기틀은 이미 무너졌고 하늘의 뜻도 이미 전하에게서 멀어졌습니다… 나라의 상태가 큰 나무가 그 속이 벌레에게 파 먹혀 진이 빠지고 말라 죽었던 것처럼 되어 폭풍우에 언제 쓰러질지 모를 위험한 상태에 놓였는데도 소관(小官)들은 주색잡기에 여념이 없고 대관(大官)들은 매관매직으로 뇌물을 긁어모으는 데 혈안이며 내신(內臣)들은 파당을 세워 궁중의 왕권을 농락하고 외신(外臣)들은 향리에서 백성들을 착취하여 이리떼처럼 날뛰고 있습니다… 나라가 이 지경인데 자전(慈殿·문정왕후)께서는 생각이 깊어 시기는 하나 궁 밖의 소식이 막힌 구중궁궐 안의 한 과부에 지나지 않고 전하는 나이 어린 선왕의 한 외로운 자식일 뿐입니다. 저 많은 천재와 천·만 갈래로 흩어진 민심을 무엇으로 막고 수습할 수 있겠습니까…”

조식 선생이 이 단성소를 써서 임금께 올린 5백 년 전 당시의 시대 상황이 지금과는 많이 다르지만, 정치권의 구태의연한 당파싸움과 특권계층의 부정부패상은 세월은 흘렀어도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과연 조식 선생이 이 시대에 있었다면 이 혼란의 현실을 무엇이라고 말했을까?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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