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저체중·미숙아 출생 비율 해마다 증가세
신생아 중환자실 2곳 불과···그나마 전문의 전무
대부분 대구·부산 등 인근 광역도시 대학병원 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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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정부의 출산장려를 위한 정책에 비해 의료시설이 부족해 이를 개선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영덕군에 거주하는 최 모(37·여) 씨는 지난해 12월 포항의 한 산부인과에서 임신 30주 만에 1.8㎏의 미숙아를 출산했다.

출산 후 신생아는 저체온 증상을 보여 응급조치가 필요했지만, 인근 지역에는 신생아중환자실이 없어 최 씨의 남편이 구급차에 동승해 대구의 한 대학병원으로 아기를 옮겼다.

대구에서 아기가 치료받는 40여 일 동안 산모는 자신이 낳은 아기를 출산 직후 10분밖에 안아보지 못했다.

최 씨가 산후조리를 받는 동안 남편과 친정·시댁 가족들은 생업도 멈춘 채 대구와 영덕을 매일같이 오갔다. 그녀는 “경북지역에 신생아중환자실이 없다는 말을 듣고 믿을 수 없었다”며 “한 달이 넘도록 아기를 보지도 못하고 걱정만 했다”라고 말하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포항의 한 여성병원은 지난 3월 초에 태어난 신생아가 구토 증상을 보여 이동식 인큐베이터에 태워 부산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 관계자는 “매달 1~2건가량 신생아 응급상황이 발생한다”며 “인근 광역도시로 신생아를 후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신생아중환자실에 자리가 없거나 늦은 새벽에 입원을 거부당한 경우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출산연령이 높아지며 미숙아 출생률은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의료시설이 부족해 산모와 가족들에게 부담되는 시간·금전적 비용은 늘어가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발표한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의 운영 성과 평가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경북지역의 32주 미만 1.5kg 미숙아 출산율은 2015년에 비해 23% 감소했지만 대구 지역은 61% 증가해 181%를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상당수의 미숙아가 대구 지역에서 출생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경북 지역에는 2개의 신생아중환자실이 있으나 신생아 세부 전문의는 없고 지역센터로 지정받은 병원도 없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신생아 중 2.5㎏ 미만 저체중아와 임신 37주 미만 출생 조산아 비중은 2009년 각각 4.9%, 5.7%에서 2016년 5.9%, 7.2%로 증가했다.

대구의 경우, 2009년 저체중아는 993명이 태어난 데 비해 지난 2016년에는 1110명으로 약 11%가량 늘었다. 경북지역도 마찬가지로 2009년과 2016년 각각 1095명과 1296명으로 저체중아의 비율이 18% 증가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대구와 경북을 한 권역으로 묶어 신생아중환자실의 필요 병상 수가 채워져 다른 지역에 추가할 수 없다는 식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대구·경북에는 필요 병상 수인 163개보다 3개 많은 166개의 병상이 마련돼 있다”며 “어느 한 지역에 새로운 집중치료센터를 추가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출산율과 가임여성의 수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 때문에 경북지역의 병원에서 수익 부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신생아중환자실 시설이 없어 지원을 신청하는 병원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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