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3월 연임에 선공해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중도하차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 된 회장 중도하차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2000년대 이전 국영기업 성격일 때는 그럴 수 있었다지만 2000년 민영화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공식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민간 기업에 대한 부당한 정치권의 영향력 행사를 문제 삼아 지금도 수사가 진행 중인 문재인 정부에서 대기업 회장이 중도하차 한 것에 대해 냉소적 반응이 일고 있다.

이전 정권에서 선임된 회장은 정권교체와 함께 조기사퇴를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취임한 정준양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퇴진했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수장에 오른 이구택 전 회장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났다. 역대 정권은 포스코 회장을 자신들의 뜻대로 내리고 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포스코 권 회장은 미국과 중국 등 4차례에 걸친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서 모두 배제됐다. 권 회장과 최순실 관련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번번이 사절단 패싱을 당한 것은 무언의 퇴진 압력으로 받아들여진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포스코가 검찰 수사를 받았다. 하지만 수사에서 포스코는 최순실의 스포츠재단 출연 요구에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투명하게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공시까지 한 출연기업은 포스코가 유일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회장 교체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속해서 제기됐다. 그럴 때마다 포스코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 일축해 왔다.

하지만 막상 임기가 2년이 남은 상황에서 수장이 물러나자 포스코의 흑역사가 되풀이 됐다는 반응이다.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 기업 포스코가 여전히 정권의 전리품처럼 여겨지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벌써 항간에는 정부의 포스코 회장 내정설이 나돌고 있다.

포스코는 권 회장 취임 전 2000년대 후반부터 확대한 신규투자 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7조 원을 넘던 연간 연결영업이익이 2조 원대 중반까지 떨어지는 등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위기를 겪었다. 권 회장은 2014년 3월 취임 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는 평이었다. 지난해 포스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2.5% 증가한 4조 6218억 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안정적인 경영과 발전은 포항은 물론 경북경제의 안정과 직결된다. 포스코가 또다시 정권의 외압으로 경쟁력이 추락하는 안타까운 일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 지역민과 국민은 문재인 정부에서 포스코 경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주시할 것이다. 올해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뜻을 안다는 50주년을 맞은 포스코가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새로운 50년을 위해 정진 할 수 있게 현명한 수장을 스스로 결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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