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나라 재상 손숙오는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지위를 이용한 갑질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손숙오가 재상으로 있는 동안은 백성들의 삶이 안정되고 평안했다. 손숙오가 임종을 앞두고 아들들에게 당부했다. “대왕께서 나에게 여러 번 토지를 하사하셨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내가 죽으면 대왕께서 너희들에게도 땅을 나눠 줄 것이다. 너희들은 결코 비옥하고 땅값이 비싼 땅을 받아서는 안 된다. 초나라와 월나라 사이에 묘지를 뜻하는 침구(寢丘)라는 땅이 있다. 그 땅은 이름도 흉흉하고 척박해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아 버려진 땅이다. 그러나 너희들이 오래도록 지킬 수 있는 땅은 이 땅 뿐이니 반드시 이 땅을 받도록 해라”

손숙오가 죽자 초왕은 손숙오의 아들들에게 땅을 하사하려 했다. 아들들은 아버지의 유언대로 침구 땅을 청했다. 이 땅을 넘보는 이가 없어 자손 대대로 평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높은 지위에 있었지만 영달을 탐하지 않고 자기 분수를 지킨 손숙오의 덕행은 자손들까지 평안을 누리도록 했다.

노나라 재상 공의휴도 손숙오 못지않게 청렴 강직했다. 높은 봉록을 받는 고위관리들은 머리띠 하나라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엄명을 내렸다. 하루는 그를 존경하던 생선장수가 생선을 선물했다. 공의휴는 선물을 거절하면서 말했다. “내가 이 생선을 받고 공직에서 물러나게 되면 생선을 못 먹게 될까 염려돼 못 받겠소” 자기 집 밭에서 나는 채소가 남들 것 보다 맛있으면 뽑아버리고 자기 집에서 짠 옷감이 일반 백성들 것 보다 질이 좋으면 불살라버릴 정도로 권력의 자리에 있을 때 생기는 이권은 모조리 제거해버렸다.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자기 분수를 지켜 명 재상의 이름을 남겼다.

권벌은 중종의 생모 정현왕후의 이종사촌으로 경상도 관찰사를 지냈다. 권벌이 한 고을의 수령으로 있을 때 상급 관청의 관리가 찾아와 어떤 일을 부탁했다. 권벌이 거절하자 관리가 화를 내면서 “영감은 뭘 믿고 이렇게 뻣뻣한 거요” 으름장을 놓았다. “내가 믿는 것은 오직 초가 두 칸 뿐이오” 권벌의 응수였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낙마는 분수를 잊은 끗발의 갑질이 유죄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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