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목수였던 그가 고철을 모으기 시작한 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소아암에 걸린 후부터였다 밤낮없이 화물차를 몰고 세상을 누볐다
짐칸이 차면 조수석까지 조수석도 다 차면
자신의 혈관에서부터 뼛속까지 고철을 쑤셔 넣었다
더 이상 고철을 넣을 데가 없게 되자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
무얼 만드는지 오랜 동안 망치질 소리가 새어 나왔고
용접 불꽃이 튀었다 겨울에도 지지 않는 용접 불꽃은
화원을 이뤘다 밤마다 꿀벌과 나비처럼 집 주변으로
별들이 몰려들었다 별들 가운데 아이는 붙박이별을 좋아했다
두 살 때 죽은 엄마라 생각하며 눈물을 글썽이곤 했다
폭설이 쏟아지던 날 도시엔 큰 지진이 일어났다
가로등은 뿌리째 뽑히고 집마다 유리창은 박살이 났다
목수의 집 문짝도 떨어져 나갔다 들어가 보니마당엔 그들이 신었던 신발만 남겨져 있었고 아주 큰
그을음 자국이 남아 있었다 로켓을 쏘아 올린 흔적 같았다
로켓을 타고 혹 그들은 하늘로 날아오른 건 아닐까
밤하늘엔 어디선가 몰려온 수많은 뭇별이 떠 있었다
잠시 엔진을 끄고 정박한 정체불명의 기체들 같았다
얼마 후 그들은 구름 둔덕 넘어 가장 크게 반짝거리는
붙박이별을 향해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저 기체들 가운데 목수와 아들이 타고 있는지도 몰랐다





감상) 어디로든 떠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으며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무작정 떠나보면 어디든 닿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다시 돌아왔을 때 기다리는 누군가가 반드시 있어 줄 거라는 기대는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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