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고려대 연구진, 학술지 사이언스에…논란 재점화

지난 3월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 분석 착수 기자회견에서 이강근 대한지질학회장(왼쪽)이 현장조사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규모 5.4) 발생 여부를 두고 지역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인근 지열발전소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나와 파장에 예상되고 있다.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 간 연관성은 지진 발생 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돼 이달초 산자부 조사단이 연관관계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번에 연구 결과가 실린 논문이 나오며, 학계에선 이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와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27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을 위한 유체 주입(물 주입)으로 생긴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작년 11월 10일 포항 지열발전소 인근에 지진계를 설치, 임시관측망을 마련했다. 공교롭게도 연구진이 지진계를 설치한 지 5일 뒤인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진(前震)과 본진(本震)의 발생 위치가 물 주입을 위해 만든 시추공의 위치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2017년 물 주입이 있을 때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자주 발생한 점, 시추공 완공 전인 2012∼2015년에는 이 지역에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연관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김광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이라는 사실을 비교적 빨리, 과학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만일 연구진의 주장대로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으로 인한 유발지진이라면, 이는 지금껏 보고된 유발지진 중 최대 규모다. 유발지진은 규모 3.5를 넘지 않는다는 게 학계의 통념이었다.

이날 사이언스에는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과 포항지진과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추가로 실렸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독일 포츠담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 ‘디스트레스’(DESTRESS)는 작년 포항지진의 본진과 46회의 여진이 지열발전소 반경 2㎞ 이내에서 일어났으며, 지진을 발생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단층이 시추공의 밑부분을 통과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이 지진들이 땅속 3∼7㎞ 지점에서 발생했다며, 이 지역 자연지진에 비해 유독 깊이가 얕다는 점도 차이로 들었다.

다만 디스트레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는 아직 잠정적인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꾸려 포항지진과 물 주입 사이의 관계를 평가하고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전 프로젝트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이지만, 마지막 수리자극(물 주입) 2달 뒤에야 본진이 일어난 것을 설명할 정량적인 모델과 분석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내 학계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대한지질학회는 "지열발전과 포항지진이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명확한 유발지진인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땅속 응력과 공극압(땅속 물의 압력)이 충분했는지 등 증거가 더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질학회는 "직접적이고 과학적인 증거에 기반, 최종적으로 포항지진과 지열발전 시설의 연관성을 판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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