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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곧 있을 것으로 발표를 했던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지연되면서 남·북한과 미국·중국 등의 수뇌부들이 연일 합종연횡으로 연쇄 회담을 가지는 등 한반도 비핵화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물밑 협상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비핵화를 둘러싸고 갖가지 억측들도 국내외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북한의 김정은이 중국 다롄으로 날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하고 뒤이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트럼프의 특명을 받아 40일 만에 평양을 재방문했다. 같은 시간대에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정상회담 결과와 앞으로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9일 오전 일본으로 날아가 아베 일본 총리와 중국의 리커창 총리와의 3자회담 및 양자회담을 잇달아 가지고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같은 시간대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오바마 대통령 재임 때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과 함께 이란의 비핵화를 조건으로 경제 제재를 해제한 이란과 맺은 다자간 핵 협정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트럼프의 이란 핵협정 파기에 대해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러시아와 중국 등도 EU 측과 공동으로 보조를 맞춰 나간다고 밝히고 있어 중동지역에서도 이란의 비핵화가 국제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은 북한에게 단계적인 비핵화의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경고로 볼 수 있으며 앞으로 있을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완전하고 영원한 비핵화 요구의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미국 측의 강력한 비핵화 요구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시진핑을 급하게 찾아갔다는 것이 국제 문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 주목하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묘수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이 중국을 떠난 지 5시간 만에 전화 통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해법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가졌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도 결렬될 가능성과 북한의 비핵화 회의론이 워싱턴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7일 워싱턴에서 개최한 북한 관련 토론회에서 CSIS 한국 담당 연구원은 “북한에 수백 개의 지하터널이 있으며 이 가운데 40-100개가량의 핵 시설이 산재해 있고 수십 개의 핵탄두를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100% 검증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CSIS 부소장은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이끌어낼 만한 결과물이 분명치 않을 경우 정상회담이 연기되거나 열려도 결렬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학자들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회의적인 발언들을 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방식과 미국의 빅뱅식 일괄 타결 방침이 어떤 타협점을 찾을지 이번 북미회담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평화적 합의를 우선시하고 있어 비핵화 검증 문제를 두고 미국의 선(先) 비핵화 타결책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문 대통령은 이 시점에서 5천만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책무는 북한 측에 단기간에 핵의 일괄 폐기가 불가피함을 설득시켜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한반도 주변 강대국 간의 셈법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 역할론이 어떻게 융합의 과정을 거쳐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질지에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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