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 "참선으로 마음 속 불신 없애야 남북이 진정으로 하나 되는 길"
태고종 종정 혜초 스님 "한반도에 좋은 소식 오고 우리 불교에도 밝은 빛 도래"

부처님오신날을 사흘 앞둔 19일 오후 오색연등으로 가득한 서울 종로구 조계사 경내가 신도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연합
불기 2562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교 주요 종단 지도자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봉축 법어를 발표했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물인 ‘판문점 선언’과 오는 6월 12일 개최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의 성공과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봉축 법어에서 “한반도에는 평화와 번영의 시기가 도래했다”며 “남북이 진정으로 하나 되는 길은 우리 모두가 참선 수행으로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갈등과 불신을 없애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진리의 세계에는 나와 남이 따로 없고 시기와 질투, 갈등과 대립이 없으니 어찌 남을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지 않겠나”라며 “진흙 속에서 맑고 향기로운 연꽃이 피어나듯, 혼탁한 세상일수록 부처님의 지혜를 등불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봉축사에서 “분단의 긴 겨울이 지나고 평화의 봄이 찾아왔다”며 “평화의 실천을 위해 진보와 보수, 계층을 넘어 하나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혜와 자비의 정신으로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세상의 평화를 주도하는 주인공이 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탐욕과 무지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하고 욕망이 충족되는 미래가 아니라 청빈과 자족의 미래를 그려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혜초 스님은 법어에서 “한반도에 좋은 소식이 오고 우리 불교에도 밝은 빛이 도래해서 남과 북이 본래 하나 되고 한민족이 세계불교를 견인해 가는 부처님오신날이 되도록 봉축하자”고 밝혔다.

태고종 총무원장 편백운 스님은 봉축사를 통해 “판문점선언의 실현으로 이 땅에 평화가 오고 세계평화가 한반도에서 시작되고 우리 민족의 위대한 역량과 기량을 발휘해 세계에서 일류국민이 되도록 부처님께 기도하고 발원하자”고 말했다.

대한불교천태종 종정 도용 스님은 법어에서 “시련과 고통은 진정한 나의 스승이니 진리를 존중하고 진실을 따르라”며 “게으르지 말고 성실히 일할 것이며 재보를 축적하기보다 가진 복을 나눠라”고 밝혔다.

천태종 총무원장 문덕 스님은 봉축사에서 “지금 이 땅은 평화의 기운이 넘실거리고 화해와 공존번영의 서광이 높게 비치고 있다”며 “산하대지를 무성하게 뒤덮는 푸른 녹음처럼 평화와 화합의 기운이 금수강산을 두루 덮어서 집집 마다 웃음소리 나고 마을마다 풍악소리 드높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은 부처님오신날 남북공동발원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민추본) 제안을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이 받아들여 초안을 보내왔고 오는 22일 부처님오신날 법회에서 동시에 낭독하기로 했다. 남북 불교계가 공동발원문을 채택하기는 2015년 부처님오신날 이후 3년 만이다. 공동발원문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한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은 남과 북이 함께 새로운 역사의 출발을 선포한 신호탄이며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자주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역사적 이정표”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계종은 “공동발원문 채택은 향후 남북 불교 교류사업 재개에 긍정적 신호”라며 “남북 불교 교류를 위한 실무협의를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하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오는 10월 금강산 신계사 복원 11주년을 맞아 남북 불교도 합동법회를 계획하는 등 본격적인 불교 교류를 준비 중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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