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까지 대구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

영원한 기억, 난민 8인의 노인분장 사진, 타포린 설치, 2018. 보이드, 사운드(6분 26초), 2018
‘2018기억공작소Ⅱ 유비호-영원한 기억’ 전이 오는 7월 1일까지 대구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기억공작소’는 예술을 통해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해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돼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해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환경의 오래된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과 공작의 실천을 통하여 환경으로서 다시 기억하게 한다. 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려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이곳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서부터 바다의 파도소리와 함께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운드 작업, ‘보이드’도 역시 아키알라 해변에서 채집한 사운드를 변조하고 편집한 것이다. 이 작업의 아이디어는 그리스 신화 속의 비극적 인물 중 하나인 오르페우스에서 비롯됐다. 특히, 지하세계에서 사랑하는 애인의 영혼을 데리고 지상으로 나오려는 오르페우스의 심리적 상황이 공포, 불안, 기대, 희망 등이 복합적으로 일렁이는 가족과 애인을 죽음의 세계로부터 탈출시키고자 하는 시리아 난민의 마음과 닮았을 것이리라는 착안에서이다. 작가는 이들 난민의 그리움을 상상하며, 고독한 동굴 혹은 우주 속 인간 본연의 영원한 기억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유비호는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시각예술에 관해 영리한 설계자이다. 그의 미술행위는 지금, 여기 삶의 구조와 현상들에 대한 사변을 바탕으로 현실사회에 대한 비판적 관심과 미적 사유 사이에서 시각적인 구체성과 서사를 드러내는 것이며, 관객으로 하여금 작가 자신이 설정한 인물로 분하도록 상황을 설계하는 것이다.

우리 눈앞에 펼쳐진 ‘영원한 기억’은 다름 아닌 자아와 현실 삶의 성찰을 반영하는 감성적 분(扮)의 설계이며, 이때 작가가 다루려는 것은 도외시되었던 생명 경외의 반성이기에 앞서 삶을 응시하고 인간의 깊은 본성을 드러내어 공감하려는 태도에 관한 것이고, 현실 삶이 예술과 관계하는 지점에 대한 예지적 해석과 미묘하지만 생생한 예술적 장치에 관한 유효성의 추출이다. 현실을 인간 스스로의 생동 공감으로 확장하려는 이번 전시 ‘영원한 기억’은 낯선 일상에 반응하는 ‘공감’의 기억으로서 우리 자신의 태도들을 환기시켜준다.
Scene #. 2017년 12월 4일 아키알라해변, 단채널영상(11분21초), 2018
봉산 유비호전3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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