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내 청바지에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게도 꽃들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활짝 핀 꽃대 위에 달콤한 비가 내릴 것이다
개구리는 지천에서 베이스 톤으로 울고
장대비는 꽃들을 흠뻑 적시고 짱짱히 일어설 것이다
돌담을 붙들고 일어서는 담쟁이처럼
나도 장대비를 붙들고 비를 따라 일어설 것이다
건조한 목구멍을 비에 촉촉 적시며
아직 눈 뜨지 않은 새끼들을 오글오글 키울 것이다
걸음 서툰 노인이 눈 앞으로 지나가도
늙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희미해져가는 햇빛에 희망을 걸 것이다
사랑하는 우리 흐르는 강물을 함께 바라볼 것이다
결혼식 날의 소란 속에 열렬한 노래를 부를 것이다




감상) 그녀가 어깨의 문신을 지운 자리에 연고를 바르고 있었다. 나비 한 마리가 사시사철 그곳에서 훨훨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언제나 봄처럼 싱그러웠다. 나비를 지우고 그 자리에 무엇을 그릴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비를 그려 넣을 때보다 지울 때 고통이 훨씬 더 심하다고 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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