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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비핵화 회담을 앞두고 남한 측에 갖가지 트집을 잡다가 약효가 먹혀들지 않자 뒤늦게나마 제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측은 지난 16일 새벽 이날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기로 한 남북고위급회담을 10시간을 남겨두고 무기한 연기한다고 일방적으로 남한 측에 통보를 했었다. 이후 며칠도 되지 않아 23일부터 실시키로 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현장에 남한 측 취재진의 입북자 명단을 접수하지 않는 등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한 4·27 판문점회담에 찬물을 끼얹었다. 북한 측은 회담연기 이유로 한미연합공중훈련(Max Thunder)과 태영호 전 북한 영국 총영사의 국회연설을 우회적으로 트집을 잡았다. 지금까지 북한 측이 보여온 천편일률적 전술인 판 깨기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문재인 정부가 북한 측의 이런 돌발 행동에 의연하게 대처를 한데다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워싱턴으로 직접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VID)에 대한 일치된 견해를 나타내자 북측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졌다. 첫 조치로 남한 측 기자들의 입북자 명단을 23일 새벽까지 접수를 거부하다 이날 오전 갑자기 통일부에 8명의 명단을 접수한다고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이 시각은 한미정상회담을 순조롭게 끝낸 문 대통령이 귀국 비행기에 오른 직후였다.

김정은도 이번에는 더 이상의 떼쓰기로는 트럼프 정부와 남한 측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1일 펜스 미 부통령이 북한 측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연기론에 대해 “북한 측이 트럼프를 속이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이행되지 않으면 북한은 리비아의 재판(再版)을 면치 못할 것이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북 회담에 연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회담 무산에 대한 모든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이번 회담연기론의 배후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적시했다. 그는 김정은이 중국 다롄을 갔다 온 후 상황이 미묘하게 바뀌었다며 “시진핑은 세계 최고의 포커페이스”라고 쏘아부였다. 트럼프는 “미북회담이 열리지 않아도 연연하지 않을 것이며 6월 회담이 안 열릴 수도 있다”며 “어떤 상황이 직면해도 북한의 비핵화는 단계적이 아닌 단번에 끝을 내야 한다”고 종전의 입장에서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하지 못하면 리비아와 같은 초토화(decimated)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리비아식 재판’ 발언에 회담 당사자인 김정은으로서는 종전과 같이 더 이상 말장난으로는 사태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김정은이 다롄에서 시진핑을 만나 단계적 비핵화를 밝혔을 때 시진핑이 “트럼프가 완전한 비핵화가 합의되지 않아도 ‘리비아식 상황’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김정은에게 귀띔했을 것이라고 서방측 언론들은 분석을 했다. 시진핑의 이런 분석에는 대한민국이 ‘인질’로 잡혀있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불확실성과 주변 참모들의 강경론이 합쳐지면 한반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대체적인 기류다. 이 때문에 김정은도 이 같은 기류를 최근 감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남한 기자단의 방북을 늦게나마 허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시진핑의 북핵 폐기 훼방을 외면하고 미국과의 비핵화 회담에 나서는 길만이 자신도 살고 북한 주민들도 보다 나은 삶을 살 기회를 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서선미 기자 meeyan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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