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테러 발언+할리우드 액션=논란 자처

권영진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가 공식 선거일 첫날인 5월 31일 오후 대구 중구 동아쇼핑 앞에서 유세 중 장애인단체와 충돌해 넘어지고 있다. 이후 권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유세장을 빠져나갔다. 경북일보 DB.
권영진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의 ‘꼬리뼈 부상’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6·13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는 정책이나 인물 대결 보다는 ‘골절이냐’ ‘멍이냐’ 등 지엽적인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4일 보도자료를 내어 “권 후보 측이 공개한 소견서를 확인해 보면 ‘골절’ ‘실금’이 아니라 일시적인 멍이 든 상태를 말하는 골좌상(骨挫傷)으로 명기돼 있다”고 지적했다. 뼈의 전체적인 구조의 변형이 생긴 것을 말하는 ‘골절’(骨折)과는 부상의 중증도에 큰 차이가 있는 데다 치료 기간과 방법이 다른 것이어서 ‘골좌상’을 ‘골절’로 언론에 알린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권 후보는 지난달 31일 공식선거운동 출정식 중 장애인단체와 관련한 여성에게 밀리면서 넘어져 다치자 유세를 중단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캠프 관계자는 한 언론사에 “엑스레이 검사 후 정밀진단이 필요하다고 해서 CT 촬영을 한 결과, 꼬리뼈에 실금이 간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 의사는 최소 3주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참여연대는 권 후보 캠프의 이런 언론 발언이 허위사실에 해당해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고, 권 후보를 밀친 이에게는 명예훼손이 될 수 있어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도 권 후보 스스로 꼬리뼈 부상 관련 의혹을 직접 검증해 해소할 것을 주문했다. 권 후보 측이 정밀검사를 위해 찍었다는 CT(컴퓨터단층촬영)와 MRI(자기공명영상) 등을 즉각 공개하고, 대학병원에서 CT를 찍어 의혹을 해소하라고 했다.

권 후보 캠프 대변인은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의 성명은 불공정한 선거개입 행위라고 반발했다.

장원용 대변인은 “권 후보의 상태에 대해 골절이라고 단언해서 발표한 적이 없고, 지난 1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권 후보의 상태와 의사의 소견서를 공개한 바 있다”면서 “우리가 공개한 소견서를 갖고 숨겨졌던 새로운 사실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우리 캠프가 잘못 발표했다는 성명서까지 낸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또 “선거 국면에서 특정 후보를 흠집 내려는 정치관여와 선거개입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행동을 자제하라”고 덧붙였다.

권 후보의 꼬리뼈 논란은 스스로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 후보가 부상한 31일 당시 “후보자 폭행은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다. 배후에 어떤 선거 방해 세력이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는 캠프 대변인 논평이 나갔다. 그러나 권 후보의 할리우드 액션 논란 등 후폭풍이 거세졌다. 다음날 권 후보는 대변인을 통해 “밀친 여성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 선거 테라라고 발표한 캠프의 발표는 과했다”는 입장을 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정치관련학과 교수는 “‘테러’라고 한 발표와 ‘할리우드 액션’이라는 단어가 결합하면서 논란을 자초한 셈이 됐다”면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강력하게 압박하거나 오히려 앞서는 상황에서 캠프 관계자들이 신중하지 못한 즉흥적인 대응을 하면서 일어나는 일들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