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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욱 정치경제부장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방선거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이슈에 묻혀 지방 이야기는 사라졌다.

전국 각지의 광역단체장 선거는 일찌감치 남북 평화무드를 앞세운 남북경협에 모든 초점이 맞춰졌고, 기초단체장 선거마저도 이 속으로 휩쓸려 가고 있다.

기껏해야 광역·기초의원 후보들이 동네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누구 하나 이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후보들은 밤잠도 설쳐가며 자신의 비전을 설파하지만 과거처럼 합동 유세장을 가득 메운 청중도 없고, 5일 장날을 찾아가 봐야 어르신들만 일부 있을 뿐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선관위를 비롯한 정부기관 역시 이 같은 시대상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TV 토론회 등을 주최하고 있지만 밤 11시나 돼서 보여주는 토론회를 보는 이는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최소 7장의 투표용지,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곳에서는 8장의 투표용지에 기표를 해야 하지만 정작 누가 나왔는지 알지도 못하고, 일부 선거구의 경우 10명에 이르는 후보 이름이 줄을 서 있다.

또 교육감 선거는 아예 기호도 없기 때문에 일일이 이름을 보고 찍어야 하지만 아는 이름이 없다.

젊은 사람들이야 어떻게 살펴본다고 하지만 고령의 어르신들은 그야말로 이름 찾기조차 힘들다.

유세현장을 따라다니며 유권자들에게 “경북교육감 후보가 몇 명 나왔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정확히 답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교육감 선거가 이러니 기초단체장이나 광역·기초의원은 과연 어떨까?

이것이 지방자치 24년 차를 맞은 한국 지방선거의 민낯이다.

한마디로 누군지도 모른 채 찍어준 표로 당선되는 사람들을 과연 주민의 대표로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 지도자들은 과연 유권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등등 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온갖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리고 이런 유권자의 무관심과 정부의 무성의한 선거정책으로 인해 우리의 선거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앞세운 대중선동으로만 치닫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지난 2016년부터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국정원 댓글사건’이나 ‘드루킹 댓글사건’의 진실을 떠나 이들 사건이 시사하는 의미를 우리는 잘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일’을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도 않은 것들을 마치 사실인 양 착각하기 일쑤고, 이를 악용한 것이 댓글 사건의 핵심이다.

지방선거는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도긴개긴’이라는 이유로 ‘누가 무슨 정책을 내세웠는지, 실현 가능한 정책인지’ 따져보지도 않고 투표소로 달려간다.

그런 유권자를 대하는 후보들 역시 ‘선거에서 이기면 무난히 4년 보내고, 또 4년 역시 그렇게 흘러가니 그때그때 대충 선동하면 된다’는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과거 선거에서는 금품에 의해 유권자의 권리가 팔려나갔고, 현대에 와서는 무관심과 무성의를 악용한 대중선동에 의해 유권자의 권리를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6·13선거를 앞두고 모든 유권자가 최소한 선거공보에 실려있는 정책들을 살펴보고 ‘과연 지역을 위해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단 한 번 만이라도 생각해 우리의 권리를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종욱 정치경제부장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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