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환 계명대학교 교수 사진
6·13 지방 선거가 끝났다. 선거결과를 보여주는 지도는 온통 파란색에 대구, 경북만 빨간색이었다.

누구나 이질감을 느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은 더욱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다.

빨간 점은 한국 보수의 중심(핵)일까, 마지막 남은 찌꺼기일까?. 선거 이틀 후 한 보수 일간지는 “나도 보수지만 한국당 폭 망해라…그게 민심이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현재의 보수가 궤멸하고 새로운 보수의 부활을 바라는 한국 보수 세력의 절절한 바람을 말한 것이다. 부활을 위해서는 죽임을 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경북은 “대구에서 지면 한국당은 문 닫는다”는 홍준표 대표의 말에 마지막까지 기존 보수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극언을 하면, 대구·경북은 새로운 보수의 부활마저도 막은 것이다. 대구·경북은 보수도 아니고 수구꼴통이라 비난받는 이유이다. 탄핵을 반대하고 성조기를 들고 나와 애국을 외치는 대한애국당의 본거지가 대구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대구·경북의 보수가 궤멸하기를 원했다. 대한민국 전체는 진보로 채색될 것이고, 그 전체가 다시 좌우로 나뉘면서 시대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보수가 탄생하리라 기대했다. 아쉽게도 대구·경북은 이를 외면하고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한 채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자폐증적 증상을 보였다.

대구·경북은 왜 수구적이 되어 갈까. 진보 후보가 2% 모자란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한국당은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될까. 설명 부족이다. 다른 요인이 있을 것이다. 대구·경북은 보수의 본산이고 심장이라는 자기 최면이나 지금까지 달려온 관성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일까.

한국 보수는 친일, 친미, 반공, 기득권에 매달려 왔다. 시대적 필요성이 있었을지 모른다. 산업화를 위해 일본의 협력이 필요했다. 미국은 한국 안보의 축이었으며, 6·25이후 반공은 한국 사회의 지배 이념이었다. 재벌 중심의 기득권은 경제발전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보수의 이념은 더 이상 발전된 한국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특히 선거 때마다 보수 세력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종북 프레임과 빨갱이 색깔론은 우리의 생각마저 위축시키고 갈등을 조장했다. 이번 선거에서 남북평화론에 대한 보수세력의 어깃장은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사고의 결정판이었다. 선거가 끝나고 한국당은 “잘못했습니다”며 무릎 꿇었고, 김성태 원내대표는 “수구 냉전 사고와 기존 보수 이념의 해체”를 언급했다. 그러면 한국당을 지지한 대구·경북은 보수에 속아 왔으며, 이번 선거는 그 가짜 보수를 연명한 것이 된다.

사람들은 희망과 절망을 이야기한다. 대구 전체 기초의회 116석 가운데 한국당이 62명, 민주당이 50명으로 어느 정도의 균형을 만들었기 때문에 희망적이라 한다. 반대로 이번에도 변화의 열망을 피했으니 다음은 더 수구적이 될 것이라 한다.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지난번 보다 득표율이 더 낮았다.

생활 밀착형의 기초의원은 진보를 택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장은 왜 보수를 택했을까. 생활에서는 진보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명분에서는 보수(수구)의 대표성과 상징성을 버리지 못한 대구의 ‘체면’ 때문일까. “변해야 한다”면서도 투표장에서는 수구의 본심을 드러낸 대구의 이중성일까.

아무튼 가던 길만 가면 새 길이 있는 줄 모르게 되고, 변화는 발전을 견인한다.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27년째 꼴찌인 대구의 침체는 보수(수구)의 연장의 결과인가. 대구의 침체를 걱정하면서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는 자가당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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